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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나눔

‘TOPIK 움직이는 평화학교’를 다녀왔어요.

by 분당교회 2019. 5. 19.

신부님께서 광고 시간에 처음 ‘TOPIK 움직이는 평화학교’ 행사를 알려주셨을 때는 별다른 의도보다는 어린이날에 어디를 가든 사람들에 치여서 힘들 텐데 애들 데리고 여기를 가면 부담 없이 잘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TOPIK이 어떤 모임인지 이 행사가 어떤 기획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몰랐었죠. 그렇게 5월 5일 주일날 예배를 마치고 서둘러 합정역으로 달려갔습니다. 파주로 가는 버스에 타고서야 이 행사가 어떤 행사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TOPIK이 뭔지 궁금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TOPIK은 ‘Towards Peace in Korea’의 약자였습니다. 한글 명칭은 ‘사단법인 평화를 일구는 사람들’로 2007년에 시작된 단체입니다. 성공회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목적으로 남한에서는 평화 교육을 진행하고, 북한에는 인도적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기금 모금을 통해 과거에는 북한에 연탄을 지원했었고, 최근에는 의료 시설에 대한 지원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제 머리 속에서는 아, 이 행사 왠지 북한을 도와야 한다, 통일을 해야 한다는 정신교육 이런 내용으로 꽉 차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잠깐 들었지만, 밀려오는 졸음에 설핏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첫 일정은 도라산역 방문이었는데, 실제로 안내판에 다음 역은 ‘개성’이라고 쓰여 있는 것과 국제공항처럼 세관과 검역 시설이 갖춰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우리나라가 통일에 대해서 실질적인 준비를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숙소인 캠프 그리브스에 도착했습니다. 과거에 미군 부대였던 곳인데 지금은 일부 공간을 유스호스텔로 개조해서 쓰고 있었습니다. 탄약고를 비롯하여 남아 있는 부대시설을 둘러보면서 이역만리 한반도 땅에 미군들이 주둔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저녁식사 후에는 전체 모임이 진행되었습니다. 평화감수성 워크숍에서는 평화에 대한 동화책을 3권 소개해 주셨는데, 인간은 왜 평화를 깨뜨리고 전쟁을 하게 되는가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또 그 결과는 얼마나 참혹한가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조별로 ‘평화’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종이에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평화의 모습, 맛, 냄새, 느낌, 소리를 나름대로 적어보는 시간이었는데 의외로 참신했습니다. 어떤 지식에 의존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신경 쓰지 않고, 순수하게 내 생각을 표현해 본다는 게 무척이나 오랜만이었습니다. 또 그 내용을 서로에게 설명하고 공감을 얻는 과정에서 비록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지만 일종의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후 평화의 촛불그리기 행사를 했는데, 저는 이 행사가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다른 누구의 평화, 우리나라의 평화가 아니라 내 마음의 평화를 생각하면서 촛불을 그리는 행사였는데 내 자신이 많이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다음 날에는 민통선 내에 있는 허준 묘, 덕진산성, 통일촌 마을을 견학한 후 마지막으로 승전OP(Observation Post)에 방문하여 북한 지역을 망원경으로 바라보고 남방한계선 철책을 따라 걷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예전보다는 화해 무드가 형성되었지만 여전히 한반도의 현실은 엄혹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내 눈으로 이런 철책을 직접 보고 기억해야 평화에 대한 염원을 간직하고, 나중에 통일이 되었을 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싸늘한 철책이 오늘 무너졌구나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출발할 때 버스에서 했던 생각은 오해였습니다. 이념적 색깔보다는 평화 자체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느낌을 정리해보고, 그와 연계하여 나 자신의 평화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분단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낌으로써 통일을 왜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되는 좋은 행사였습니다. 

 

교우 여러분들도 평화의 의미를 찾고 싶으시다면 TOPIK 움직이는 평화학교 참여를 추천합니다!

 

글쓴이 : 박영빈 (미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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