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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성탄 이후!

by 분당교회 2019. 1. 1.

2018년 12월 30일, 성탄 1주일 

성탄 이후!


성탄을 지나자, 혹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이면 박노해 시인의 시가 생각납니다. “그 겨울의 시”라는 시입니다.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 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2018년 마지막 주일에, 이 시가 가슴에 아리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혹한에 414일째 굴뚝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 ‘파인텍 고공농성’이라고 치시면, 상황이 어떤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 농성을 바라보는 여러 시각들이 있을 것입니다. 



신앙적으로 중요한 것은 지난여름 그 무더위와 이 혹한에도 400일이나 넘게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웃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성서의 하느님은 억울한 이들의 절규에 귀 기울이시는 사랑의 하느님이십니다. 그 하느님께 이들의 아픔을 호소하는 글이 있어 시 한편 더 읽어드리겠습니다.


 “새도 살 수 없는 높은 곳에 올라가

  낮은 곳을 우러러보며 바람처럼 울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굴뚝 꼭대기 헐벗은 밥상도 가난한 화장실도 없이,

  세상을 향해 자신들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호소합니다.

  빼앗아간 일자리를 돌려 달라고

  100일 100일 100일 100일 400일도 넘게

  더위와 추위에 침승처럼 매달려 기도했습니다.

  주여,

  밥과 노래가 흐르는 낮은 곳으로 오지 마시고,

  병들고 아픈 이들의 위태로운 기도처, 

  높은 데로 오소서.

  땅에서 쫓겨나 허공에 지은 한 뼘 눈물, 

  돌아누울 수도 없는 저 까마득한 좌절 속으로 오소서.”

 

새 해에는 더 이상 이렇게 처절한 기도가 드려지지 않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 추운 겨울, 삶의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예수님의 평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이제 오늘 읽은 성경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12살 된 예수가 부모 요셉과 마리아와 함께 과월절 예배를 드리러 예루살렘에 올라갔습니다. 예배를 다 마치고 나자렛으로 돌아오는데 예수가 일행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예수를 줄곧 찾아 헤매면서 사흘 만에 예루살렘까지 가서 성전에서 예수를 찾게 되었습니다. 예수를 찾아 헤매는 요셉과 마리아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지난 성탄절에 유아 세례 받은 김선민 이삭이 폐렴과 중이염으로 며칠째 입원해 있습니다. 아픈 이삭도 힘들고 또 아브라함 사라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요? 강지안 리디아로 독감으로 아팠었는데... 오늘 보니 반갑네요. 여러분이 아프거나 고통스러워하면 하늘에 계신 하느님 아버지가 아파하십니다. 샬롬!


예수님의 나이가 12살입니다. 초등학교 5-6학년 정도죠. 어린 예수가 시골뜨기여서 도시 예루살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다가 길을 잃어버려 부모와 헤어지게 된 것이 아닙니다. 성전에서 학자들과 나란히 앉아 성경을 논하다 보니 그리 된 것이라는 겁니다. 듣고 있던 사람들은 예수님의 지능과 대답하는 품에 경탄했다고 합니다.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서는 부모님께 순종하며 잘 살았습니다. 예수님의 청소년기를 기록한 복음서가 루가복음 밖에 없는데, 한 구절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루가 2:52, “예수는 몸과 지혜가 날로 자라면서 하느님과 사람의 총애를 더욱 많이 받게 되었다.”


오늘 1독서에 나오는 사무엘도 예수와 같은 성장기를 가졌다고 소개합니다. 사무엘상 2:26, “한편 어린 사무엘은 야훼와 사람들에게 귀염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루가가 기록하고 있는 세례자 요한의 성장도 그렇습니다. 루가 1:80, “아기는 날로 몸과 마음이 굳세게 자라났으며”


성탄 1주일에 예수님의 청소년기, 사무엘의 성장 기록을 읽도록 하는 이유가 분명합니다. 사람으로 오신 하느님이 예수이지만, 성장해야 했습니다.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지도자인 사무엘도 성장해야 했습니다. 


하느님의 사람들의 특징이 이런 균형있고 건강한 성장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예수님을 믿고 하느님의 자녀 된 그리스도인들도 성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탄 이후에는 예수님처럼, 몸과 지혜가 자라나면서 하느님과 사람들의 총애를 받는 성장의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관점으로 오늘 서신을 묵상하니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처럼 성장해 갈 수 있는 영적인 원리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첫째, 영적으로 성장하는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12절 초반부의 말씀입니다. “여러분은 하느님께서 뽑아주신 사람들이고 하느님의 성도들이며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백성들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아들 예수를 찾은 마리아가 “얘야, 왜 이렇게 우리를 애태우느냐? 너를 찾느라고 아버지와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고 말하니 소년 예수는 "왜, 나를 찾으셨습니까? 나는 내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할 줄을 모르셨습니까?"라고 대답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 자신의 아버지 되심을, 즉 자신이 하느님의 아들임을 분명하게 자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이란 하느님의 사랑을 입은 자입니다. 성탄절에 성탄하신 예수님의 은총으로 우리 모두를 하느님의 자녀로 받아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하느님의 자녀는 하느님을 아빠라고 부르며 살아가는 특권을 가진 자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사랑하며 더 알아갑니다. 하느님을 알아갈수록 그분을 닮아가게 되고 그분의 뜻을 따라 살게 됩니다. 


하느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는 사람이 영적으로 성장합니다. 따라합시다. “나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께 완전하게 받아들여진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나는 하느님의 사랑을 받은 사람이다.”


둘째, 그리스도인은 공동체 안에서 영적으로 성장합니다. 

골로사이 3장 13절~15절을 다시 읽어드리겠습니다. “서로 도와주고 피차에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해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십시오. 사랑은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완전하게 합니다.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을 다스리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려고 여러분은 부르심을 받아 한 몸이 된 것입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십시오.”


하느님은 우리를 개인적으로 구원하시지만, 교회 공동체로 부르십니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동체 지체들과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오늘 서신 골로사이서를 보십시오. “서로”라는 말이 반복됩니다. “서로 도와주고, 서로 용서하라.”


바울로 서신들을 보면 “서로 목록”들이 있습니다. 갈라 5:13, “서로 섬기라.”, 로마 15:7, “서로 받으라.”, 로마 16:6, “서로 인사하라.”, 갈라 6:2, “서로 짐을 지라.”, 로마 12:10, “서로 헌신하라.”, 로마 12:10, “서로 존경하라.”, 로마 15:14, “서로 가르치라.”, 에페 5:21, “서로 순종하라.”, 1데살 5:11, “서로 격려하라.”


그래서 대천덕신부님은 공동체를 나타내는 교회의 한자어가 잘못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가르칠 교”가 아닌, “서로 교” 자를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동체에 헌신하며 한 몸을 이루는 삶을 살아가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랑을 실천하십시오. 사랑은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완전하게 합니다. . . . . . 그러려고 여러분은 부르심을 받아 한 몸이 된 것입니다.”


셋째, 하느님의 말씀이 살아있는 사람이 성장합니다. 

16절A, “그리스도의 말씀이 풍부한 생명력으로 여러분 안에 살아 있기를 빕니다.”


말씀이 누구입니까?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내 안에 말씀이 살아있다는 말은 무엇입니까? 말씀 중심의 삶은 예수님 중심의 삶입니다. 이럴 때, 17절의 말씀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17절 말씀대로 무슨 말이나 무슨 일이나 모두 주 예수 이름으로 행하는 사람이 됩니다. 


개인적인 영적 성장과 성숙에 절대적인 것이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성서말씀을 내 것으로 만드는 5가지 방법 - 듣기, 읽기, 공부, 암송, 묵상. 


말씀은 개인의 삶에서도 절대적이지만, 공동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도 절대적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모여서 술 마시고 노래방 가서 놀면서 쾌락을 즐기겠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모여서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그 말씀에 비추어 자기의 삶을 나누고 죄를 고백하고 서로를 위해서 기도해줍니다. 이것이 공동체입니다. 이렇듯 공동체 생활의 중심이 성서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로는 이렇게 권고합니다. 16절 B, “여러분은 모든 지혜를 다하여 서로 가르치고 충고하십시오.”


소그룹 공동체로 모여 말씀으로 서로 교제할 때 건강하게 자라가는 주님의 자녀가 됩니다. 우리 교회가 격 달로 또래 모임을 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내년부터는 매 달 마지막 주일을 또래 모임으로 하여 말씀을 통한 교제와 성장이 있기를 바랍니다. 서로 인사합시다. “그리스도의 말씀이 풍부한 생명력으로 당신 안에 살아 있기를 바랍니다.”


넷째, 예배자로 살아갈 때 성장합니다. 

16절 C, “성시와 찬송가와 영가를 부르며 감사에 넘치는 진정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찬양하십시오.”


예배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건강하게 자라납니다. 하느님은 예배 가운데 임재하시고 예배를 통해서 우리의 영혼을 충만케 해 주십니다. 예배는 우리 영혼의 호흡이며 생명입니다. 


우리가 예배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공동체가 함께 모여 드리는 주일예배와 매일 매일 일상의 삶에서 드리는 개인예배가 살아 있을 때, 우리는 생활로 예배하는 성도로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감사성찬예배를 통해 십자가의 은혜에 감사하고, 말씀으로 삶을 다시 세워, 세상에 나가 생활 가운데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는 예배자가 하느님이 찾으시는 사람입니다. 이럴 때 주일에 공동체로 드리는 예배 가운데 하느님의 임재가 가득하여 치유와 회복의 은총이 넘치며 하느님이 영광 받으시는 예배가 되는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다 예수님처럼, 사무엘처럼 건강하게 자라나기를 원하십니다. 

이를 위해, 

하느님의 자녀라는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하십시오. 

공동체 안에서 서로 사랑하기를 연습하십시오.

하느님의 말씀으로 충만하며, 그 말씀의 은혜로 서로 격려하십시오.

개인예배와 공동체예배로 하느님만을 섬기는 예배자로 살아가십시오. 


여러분 모두 성장하고 성숙하여 예수님처럼, 사무엘처럼 이 세상에 주님의 뜻을 이루고 하느님의 나라를 확장해 나가는 주님의 제자로 살아가게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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