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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2017년 추수감사주일

by 분당교회 2017. 11. 5.

2017년 11월 5일 추수감사주일 설교말씀

성공회 분당교회 김장환 엘리야 신부

루가 17:11-19


2017년 추수감사주일


지난 한 주간 감사노트를 작성해 보셨나요? 감사할 것을 찾기 힘드신 교우들도 계셨을 겁니다. 하느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도 ‘하느님이 계신가? 하느님이 계시다면 이럴 수 있는가?’ 의심하고 원망하며 근심으로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출애굽의 여정에서 하느님의 기적을 체험한 이스라엘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모세는 오늘 신명기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야훼께서 너희를 어떻게 인도하셨는지를 더듬어 생각해 보아라.” 


“더듬어 생각해 보아라.” 인생의 여정에서 자주 겪게 되는 하느님 부재의 상황에서 그것을 통과해 가는 믿음을 지키는 영적인 처방이 바로 하느님의 은총을 더듬어 생각하는 것입니다. 


오늘 본기도에서 드린 감사연도는 하느님의 은총을 더듬어 생각하는 기도문입니다. 다시 한 번 읽어드립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더듬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하늘과 땅과 바다에 있는 모든 창조물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인하여 주님께 감사하나이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해주는 남자와 여자의 삶 속의 모든 은혜로움을 인하여 주님께 감사하나이다.

일용할 양식과 음료를 주시고, 따듯한 가정과 가족, 그리고 친구가 있게 하심을 인하여 주님께 감사하나이다.

생각할 수 있는 마음과 사랑할 수 있는 가슴과 봉사할 수 있는 손을 주심을 인하여 주님께 감사하나이다. 

일할 수 있는 건강과 힘을 주시고, 쉬고 놀 수 있는 여가 주심을 인하여 주님께 감사하나이다.

고난 속에서 인내하며, 역경 중에서도 충실한 이들이 우리에게 있음을 인하여 주님께 감사하나이다.

진리와 자유와 공의를 추구하는 정의로운 이들이 우리에게 있음을 인하여 주님께 감사하나이다.

장소와 시간을 초월하는 모든 성도의 상통함을 인하여 주님께 감사하나이다. 그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큰 자비와 구원의 약속을 인하여 주님께 감사하나이다.“


“더듬어 생각하라”는 말은 “기억하라.”는 뜻입니다. 우리 성공회의 감사성찬예배라는 탁월한 기억의 장치입니다. 감사성찬예배를 통해 우리를 하느님의 자녀로 받아주시고 교회공동체라는 하느님의 가족을 선물로 주시고자, 십자가에서 고난당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희생을 기억합니다. 예수님을 통해 나타난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우리 성공회가 드리는 예배의 공식 명칭이 “감사성찬예배”입니다. “우리 주 하느님께 감사합시다.” “마땅하고 옳은 일입니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하느님의 은총을 더듬어 생각하지 못하고, 마땅하고 옳은 일은 감사로 예배드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주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참된 평화와 기쁨, 생명과 환희의 축복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 2독서는 우리에게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나타난 하느님의 뜻을 권면하고 있습니다. 1데살 5:18,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여러분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의 뜻입니다. 


감사는 내가 사는 것이, 나의 모든 것이, 나의 현재의 삶이 오직 사랑의 하느님의 자비 안에 있다는 것을 신뢰하는 믿음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자비의 하느님을 신뢰하는 믿음으로 감사를 고백하고 선포하면 더 큰 감사를 불러오고 더 큰 행복으로 우리를 이끌어 준다는 사실입니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믿음의 영웅으로 기억되는 ‘코리 텐 붐 여사’의 전기에 이런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녀가 동생 벳시와 함께 독일 감옥 중에서도 가장 악명이 높은 레이븐스 브룩 감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감방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을 뿐만 아니라 벼룩이 들끓고 있었습니다. 벼룩이 들끓는 감옥으로 이송되던 날 그녀가 읽은 성경말씀이 1데살5:16-18의 말씀이었습니다. 벳시는 코리에게 새로운 감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서 감사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코리는 벼룩들에 대해서만은 감사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뱃시는 벼룩에 대해서도 감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마침내 코리는 하느님께 벼룩에 대해서도 감사하다고 고백했습니다. 그 후 그들은 수개월동안 감옥 안에서 마음 놓고 하느님을 예배하고 성경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한참 뒤에야 간수들이 수개월동안 그 감옥을 찾아오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벼룩 때문이었습니다. 벼룩에 대해서 감사할 이유를 수개월 뒤에야 깨달은 것입니다. 



이렇듯 감사는 감사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이루어 줍니다. 그래서 성경은 어떤 처지에서도 감사하라고 권면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복음에서 진정한 감사를 제물로 받기를 원하시는 주님의 마음입니다.


고침을 받은 나병환자는 열 명인데, 주님께 돌아와 찬양하며 감사를 드린 사람은 오직 한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이렇게 탄식하십니다. "몸이 깨끗해진 사람은 열 사람이 아니었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 갔느냐?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러 돌아온 사람은 이 이방인 한 사람밖에 없단 말이냐!" 


주님이 감사를 드리러 돌아온 사마리아인을 보시면서 “너 하나 밖에 없느냐?”고 한탄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 유익을 주면 우리 안에는 그 사람으로부터 감사하다는 답례를 받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리고 자주 내가 도와줘서 그 사람이 그렇게 될 수 있었다고 공치사를 하기도 합니다. 주님이 우리 같은 옹색한 마음을 가지셨기 때문에 ‘너 하나 밖에 없느냐?’고 한탄하시는 것일까요?


나병환자의 삶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병이란 문둥병을 말합니다. 이 병에 걸리면 사랑하는 가족과도 떨어져서 격리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살이 뭉게 들어가는 참으로 처참한 병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늘의 저주를 받은 천형이라고 여겼습니다. 이런 병에 걸린 사람의 마음은 온통 원망과 불평으로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절망과 어두움으로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이런 불행한 인생이 주님의 은혜로 치유를 받았습니다. 


주님이 그를 고쳐주신 이유는 창조주 하느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 ‘주님을 예배하고 주님 안에서 행복한 인생’ 살기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예배하고 주님 안에서 행복한 인생’ 이것이 우리 인생의 전부입니다. 이런 삶을 살게 하는 오직 한 가지 비결이 감사하는 생활에 있다는 것입니다. 


혹 오늘 우리가 추수감사주일로 주님 앞에 나와 있지만 우리 안에 진정한 감사의 마음이 없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면 주님께서 우리의 예배를 받지 않으시고 탄식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감사의 마음은 어디에 있느냐?”


감사는 믿음입니다. 감사는 우리의 믿음의 의지적인 결단입니다. 감사는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능력으로 역사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믿음으로 더욱 감사를 표현하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모든 것이 주님의 은총 안에 있사오니 모든 일이 잘됩니다. 다 잘 됩니다.’ 이 믿음이 감사하는 삶을 살게 합니다. 주님을 예배하게 하며 주님 안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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