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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교구장 사목서신, 그리고 데살로니카 교회 비전

by 분당교회 2017. 10. 24.

지난 4월 새로 부임하신 서울교구장 주교님이 대한성공회 127주년 되는 지난 9월 29일에 사목서신을 발표하셨습니다. 새주교님의 사목방향이 담긴 문서인지라, 여러분 모두에게 나눠주라고 지난 주중에 우편물로 도착하여 주보 간지로 넣어드렸습니다. 오늘 설교는 이 사목서신을 조금 축약해서 읽어드리고, 2독서를 중심으로 교회를 세워가는 신앙의 원리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사목서신입니다. 

“사랑하는 성직자 그리고 교우 여러분! 저는 지난 4월 25일 주교로 성품 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주교직이 얼마나 엄중하고 무거운 것인가를 매일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떻게 하면 우리 교회가 하느님의 기운이 차고 넘치고, 소망이 가득한 교회가 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 자신은 물론, 우리의 후손들에게 기쁨이 되는 교회를 전해 줄 수 있겠는가를 생각하며 새로운 선교의 비전과 방향을 위한 고뇌를 하루도 멈출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교회의 현실은 매우 힘들고 어려운 상황입니다. 단적으로 지난 10년 동안 성직자는 55명 더 늘었지만, 주일 평균 출석자는 48명 감소, 재적수는 266명 감소했습니다. 지역교회들 가운데도 몇몇 교회는 아주 조금 성장을 했지만, 성장을 기대했던 몇몇 교회들은 아주 현저하게 교인수와 재정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부분의 교회들는 노령화가 가속화 되어 급격하게 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없는 교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신자 수 감소가 한국교회의 전반적인 추세라고 하지만 우리교회는 더 절박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 교회와 교구의 변화와 성장을 위해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무엇이겠습니까? 우리 교구가 주님의 교회로서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감당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그것은 예언자들의 외침대로 하느님에게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모든 성직자와 신자들이 제자로서 부름 받았다고 하는 소명의식을 다시 확인하고 선교 역량을 극대화 하는 일입니다. 우리들이 주님의 참 제자가 되지 않고서는 어떤 성장 전략도 의미가 없고 또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것은 교회공동체를 성장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각자의 신앙의 목표인 것입니다. 이제 우리 교회가 개혁과 성장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밝혀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우리들의 가장 큰 과제는 새 신자를 영접하고, 미래 세대에게 우리의 신앙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교회의 존립의 문제입니다. 향후 10년 안에 더 많은 신자를 얻거나 전도하지 못하면 우리 교회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는 것이 지난 2012년도 조사 결과였습니다. 그러면 우리 교회는 새 신자를 어디서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최근에 성장하는 교회의 사례를 통해서 확인하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새롭게 성공회 신자가 되신 분들은 대부분 로마 가톨릭이나 개신교를 다니셨던 분들로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정의로운 실천을 하는 교회, 좀 더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교회, 좀 더 새롭고 건강한 교회를 찾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교회가 이렇게 유랑하는 신앙인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면, 한국교회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또한 어린이 청소년 등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주고 거친 경쟁과 승리주의를 벗어나 따듯한 영성의 샘물을 맛보게 하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만 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사제와 평신도 지도자들의 선교역량 강화입니다. 

  

사제의 역량에 따라 교회의 사목이 달라짐은 두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사제들의 신학 이해와 깊이, 건강한 사목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깊은 영성과 넉넉한 인격을 갖도록 지원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점에서 사제들은 스스로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교구 당국뿐만 아니라 개 교회에서도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 시대는 교회 사목에 상호 협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신자들의 다양한 달란트를 발굴하고 계발하여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입니다. 사제와 사제가, 사제와 신자들이 작자 받은 은총의 선물들로 서로 협력하여 선한 결과를 이루어낸다면 하느님의 교회로서 성숙하고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평신도의 지도력을 양성하고 건강한 신앙인으로 양육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주님은 마태복음 28장 18절에서 “세상 모든 사람들을 제자로 삼고,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명한 모든 것을 가르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이를 위해 주교와 성직자 그리고 모든 신자들이 상호신뢰, 상호 존중, 상호협력의 관계를 회복되어야 합니다. 


세 번째로 성직자 인사제도의 개선을 이루어야 합니다. 

  

성직자 인사는 교회의 선교 역량을 극대화 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최적의 인사는 각 교회 공동체가 선교 비전을 세우고 이와 걸 맞는 성직자의 사목철학과 역량이 조합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행 파송제는 장기 사목을 보장하지 못하고 주기적으로 성향이 다른 성직자들이 해당 임지에 파송됨으로서 많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선교적 인사제도로 개선하기 위해서 교회 공동체가 선교 비전을 세우는 일이 중요합니다. 교회 공동체가 성직자를 초대하기에 앞서 자기 교회의 선교 비전을 세우고 신앙적 성숙을 기해야 합니다. 또한 성직자 역시 본인의 사목철학과 비전과 역량을 공정하게 평가받고 주교의 조정으로 임지를 정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성직자 인사의 방향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는 ‘성공회성’의 구현입니다. 

  

우리 성공회는 초대교회로부터 이어오는 복음의 유산, 그리고 종교개혁 이후로 지난 500년 동안 무수히 많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성공회만의 고유한 전례와 신학 그리고 가치를 형성해 왔습니다. 이런 역사적인 경험과 전통을 이어받은 대한성공회가 한국교회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은 가장 성공회다운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우리 성공회는 개인의 체험이나 개 교회주의를 넘어서 주교를 중심으로 일치와 친교를 추구하는 교회입니다. 우리의 전례는 공동체가 함께 드리는 전례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또한 우리 성공회는 세상의 사회적 약자, 환대와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세례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구조, 생태계 전체가 총체적으로 구원받는 것을 꿈꾸기 때문입니다(성공회의 선교정신). 


1980년대에 설립된 나눔의 집은 우리 교회가 보여준 헌신과 사랑의 표상입니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이 확대되면서 복지관이 곳곳에 설립되었고 적지 않은 수가 우리 교회에 맡겨졌습니다. 이는 우리 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얻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대한성공회가 한국 역사 속에서 구현해 온 선교의 모습은 타 교파와 종교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공동의 선을 위해 연합하는 자세입니다. 한국 역사와 문화 속에서 그리스도의 진리를 토착화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사회적 정의를 이루고 약자들을 돌보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며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교회와 이웃을 섬길 때 하느님께서 우리 교회를 질적 양적으로 성장시켜 주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사랑하는 성직자 수도자 신자 여러분! 

  

우리가 하느님의 교회로서 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낡은 관습과 제도를 개혁해야 합니다. 제도뿐만 아니라 침체 되어 있는 영적 에너지를 한껏 끌어올려 우리 스스로 그리스도의 충실한 제자가 되는 것이야말로 개혁의 첫 걸음이자 축복의 완성입니다. 우리를 택하시고 제자로 삼으시길 바라시는 주님의 은총이 우리의 앞길을 밝혀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끝으로 교구장 주교와 교구를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기도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이상은 교구장 주교님의 사목서신이었습니다. 위기의 시대마다 그 위기를 극복해 가는 처방으로 제시되는 것은 “원전으로 돌아가라, 본질로 돌아가라”는 것입니다. 500년 전 종교개혁의 중심에도 “성서로 돌아가자”는 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국어로 성경을 번역하고 신자들에게 성서를 돌려준 것이 종교개혁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교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성서가 말하는 교회의 본질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오늘 저는 오늘 2독서를 중심으로 “데살로니카 교회 비전”이라는 제목으로 잠시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인류 최초의 교회는 사도행전 2장에 나오는 주후 30년경에 세워진 예루살렘교회입니다. 15년이 지나 안티오키아교회가 세워집니다. 사도행전 11장에 나옵니다. 사도행전 13장으로 가면, 안티오키아 교회가 바르나바와 바울로를 선교사로 파송합니다. 그리고 바울로가 2차 선교여행 중에 데살로니카에 가서 복음을 전함으로 데살로니카 교회가 세워집니다. 사도행전 17장입니다.


데살로니카에 도착한 바울로의 일행은 3주에 걸쳐 안식일마다 유대인의 회당에 가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성서가 말하는 그리스도는 반드시 고난을 받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데, 예수가 바로 그 분이다.” 이 복음을 듣고 유대인 여러 사람과 경건한 그리스인, 그리고 적지 않은 귀부인들이 바울로를 따르게 되어 교회가 개척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2독서 7절을 보면, 불과 3주 복음을 듣고 교회로 모인 데살로니카 신자들이 마카도니아와 아카이아 지방에서 모든 신도들의 모범이 되었다고 합니다. 



어떤 면모가 모범이 되게 했을까요? 3절입니다. “여러분의 믿음의 활동과 사랑의 수고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꾸준한 희망을 하느님 우리 아버지 앞에서 끊임없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your work produced by faith, your labor prompted by love, and your endurance inspired by hope in our Lord Jesus Christ.”


첫째, 믿음의 활동입니다. your work produced by faith. 


믿음의 역사”, “믿음으로 행한 일”로도 번역됩니다. ‘살아있는 신앙, 행함이 있는 믿음’을 말하는 것으로 하느님을 향한 참된 믿음을 말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세금 논쟁 가운데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라는 유명한 예수님의 말씀이 나옵니다. 이 말의 정확한 번역은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그러나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입니다. 이 말은 “카이사르 황제조차도 하느님의 것이다”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로마의 식민지였던 데살로니카 교우들은 카이사르가 아닌 다른 신을 섬긴다고 많은 환난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황제 숭배와 로마의 군사 경제적 가치를 거부했습니다. 하느님만을 왕으로 섬기며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이것이 믿음의 활동입니다.  

이 믿음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9절이 보여줍니다. “어떻게 우상을 버리고 하느님께로 마음을 돌려서 살아계신 참 하느님을 섬기게 되었는지” 하느님이 아닌 것을 주인으로 섬기던 우상숭배를 돌이켜 하느님만을 섬기는 참된 회개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둘째, 사랑의 수고입니다. your labor prompted by love. 


영어로 labor는 ‘노동’으로 번역되는 말입니다. 어떤 일을 행할 때의 고됨 혹은 거기에 필요한 엄청난 수고를 의미합니다. 아기를 기르는 엄마의  사랑을 생각하게 됩니다. 아기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 감당해야 하는 고됨과 수고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새계명을 주셨습니다. 예루살렘 교회는 용서와 용납, 유무상통하는 성령의 코이노니아로 서로 사랑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이것이 교회의 DNA가 되어 안티오키아교회로 전수되었고 데살로니카 교회로 이어진 것입니다. 사랑의 수고는 교회의 본질입니다.  


셋째,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꾸준한 희망입니다. your endurance inspired by hope in our Lord Jesus Christ. 

  

이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인내하는 것입니다. 또 이 말은 예수님에게만 두는 희망을 말하기도 합니다. 즉 예수님이 다시 오심으로 완성될 하느님 나라를 소망하는 것입니다. 이 희망의 내용이 10절에 나옵니다.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께서 하늘로부터 다시 오실 날을 여러분이 고대하게 되었습니다.” 데살로니카 교우들은 이 희망으로 모든 환난으로 이겨냈던 것입니다. 이렇게 참된 희망은 인내, 곧 반대에 직면하는 강한 참을성으로 살아가게 합니다. 


우리 교회가 믿음의 활동, 사랑의 수고,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희망으로 살아가는지를 돌아봅니다. 우리 대한성공회 신자들이 믿음의 활동, 사랑의 수고,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희망이라는 신앙으로 살아간다면, 한국교회의 모범으로 우뚝 서게 될 것입니다. 한국교회를 다시 살리는 주님의 거룩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설교를 준비하면서, 성공회 분당교회 여러분을 향한 기도 제목이 생겼습니다. “주님, 대한성공회 분당교회가 오직 다시오실 예수 그리스도에게 희망을 두는 행동하는 믿음으로 사랑의 수고를 다하여 대한성공회 안에 모범이 되는 교회로 우뚝 서게 하소서!”


이럴 때 오늘 1독서에서 하느님의 사명에 순종하며 걸어가는 모세에게 하신 말씀, 출애굽기 33장 12절의 “너는 잊을 수 없는 이름, 내 눈에 든 사람이다.”, 17절의 “너야말로 내 마음에 드는 자요,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네가 청한 것을 다 들어주리라.”는 말씀이 여러분에게 주시는 하느님의 말씀이 될 것입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는 잊을 수 없는 이름, 내 눈에 든 교회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너야말로 내 마음에 드는 교회요,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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