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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감사하는 사람의 복

by 분당교회 2015. 11. 22.

감사하는 사람의 복

“왕이 있었습니다. 무엇이고 ‘좋다’고 하는 것만 거느릴 수 있고, ‘싫다’고 하면 다 물리칠 수 있는 왕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병마가 찾아왔습니다. 병한테는 왕도 어쩔 수가 없어 자리에 눕게 되고 말았습니다. 용하다는 도사가 처방을 말했습니다. ‘행복한 사람을 찾아내어 그 사람의 속옷을 얻어다 입으면 쾌차할 것입니다.’ 그래서 왕자와 신하들이 방방곡곡으로 흩어졌습니다. 그러나 행복한 사람은 좀 체로 찾아지지가 않았습니다. 누구한테나 불만 한 가지씩은 꼭꼭 있게 마련이었습니다. 그런데 왕자가 외딴 두메에 있는 오두막을 지나가다 안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가 있어 발을 멈추었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일거리가 넉넉하고 배부르니 더 바랄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왕자는 귀가 번쩍 뜨이었습니다. ‘바로 이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왕자는 불문곡절,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당신의 원을 다 들어드릴 터이니 속옷을 벗어 주시오.’ 그러나 농부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저는 지금에서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속옷도 입지 않았으니 당신의 원을 들어드릴 수가 없구려.’” (정채봉, 생각하는 동화 ‘나’에서)

행복은 겉으로 주어지거나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우화입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걱정거리 한두 가지는 꼭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저 문제가 생기고, 무엇이 얻어지면 더 얻고 싶어지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라 만족을 모르고 사는 것 같습니다.

행복은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인데 그 에너지는 바로 감사하는 마음에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경이로운 새 창조가 눈앞에 있고, 하루하루가 기적이고 감동으로 사는 비결은 바로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평온을 위한 기도의 저자 라인홀드 니버)

그 사람의 됨됨이는 무엇으로 기뻐하고 무엇으로 감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속적인 갈망이 채워져서 행복해 하는 것은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입니다. 그런데 그런 것은 끝이 없는 다른 갈망과 욕심으로 대체되어 버리거나 또 이미 채워진 것을 잃을까봐 다시 걱정을 합니다. 우리는 세속적인 행복의 차원을 넘어서서 하느님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 하게 사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에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이라는 것은 단지 교회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그리스도의 영을 채워가는 것이고 그 영으로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산다고 하는 자각이 이루어지면 새롭게 보이게 됩니다. 이전에 하찮게 여기던 것을 소중하게 보이고 사랑하게 됩니다. 이전에 ‘이거 없어지면 어쩌지?’하고 애지중지 하던 것들이 오히려 하찮게 보이기도 합니다. 이전에 감사할 꺼리가 하나도 없다고 여기던 사람도 범사에 감사하게 됩니다.

탈무드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모든 것을 통해서 배우는 사람이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요, 세상에서 가장 부한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며 기뻐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보통 걱정이 많고 자기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모르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못났기에 불행하고, 또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무엇이 더 우월하거나 많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느님과 관계가 없습니다. 비교우위로 느껴지는 행복이나 감사는 순수하지가 못합니다. 그리고 금새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그러니 가지지 못한 것에 불평할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내게 허락한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20세기 최고의 신학자라 할 수 있는 라인홀드 니버는 다음과 같은 기도문을 남겼습니다.

<평온을 위한 기도>

하느님,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온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꿀 수 있는 용기를,
또한 그 차이를 구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하루하루 살게 하시고, 순간순간 누리게 하시며,
고통을 평화에 이르는 시련쯤으로 받아들이게 하옵고,

죄로 물든 세상을 내 원대로가 아니라
예수님처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옵시며,

당신의 뜻에 순종할 때 당신께서 모든 것을 바로 세우실 것을 믿게 하셔서,
이 땅에서는 사리에 맞는 행복을,
저 세상에서는 다함이 없는 행복을 영원토록 누리게 하옵소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충만한 사람은 복이 있습니다. 그 복은 바로 세상을 행복의 터전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1월 22일 추수감사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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