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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2008년 1월 6일(공현일) 강론초 (마태 2:1-12 동방박사의 방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 5.

마태 2:1-12

1 예수께서 헤로데 왕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나셨는데 그 때에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2 "유다인의 왕으로 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에게 경배하러 왔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3 이 말을 듣고 헤로데 왕이 당황한 것은 물론, 예루살렘이 온통 술렁거렸다.

4 왕은 백성의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을 다 모아놓고 그리스도께서 나실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5 그들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유다 베들레헴입니다. 예언서의 기록을 보면, 6 '유다의 땅 베들레헴아, 너는 결코 유다의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 아니다.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될 영도자가 너에게서 나리라.' 하였습니다."

7 그 때에 헤로데가 동방에서 온 박사들을 몰래 불러 별이 나타난 때를 정확히 알아보고 8 그들을 베들레헴으로 보내면서 "가서 그 아기를 잘 찾아보시오. 나도 가서 경배할 터이니 찾거든 알려주시오." 하고 부탁하였다.

9 왕의 부탁을 듣고 박사들은 길을 떠났다. 그 때 동방에서 본 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마침내 그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10 이를 보고 그들은 대단히 기뻐하면서 11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엎드려 경배하였다. 그리고 보물 상자를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12 박사들은 꿈에 헤로데에게로 돌아가지 말라는 하느님의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나라에 돌아갔다.

공현- 신비하고 참된 이야기 (마태2:1-12)

공현(公顯, Epiphany)이란 “(신성의) 드러남”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 예사로운 인물, 사사로운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라 인류의 운명과 구원에 관련된 하느님의 사람임이 “드러나는” 사건들이 바로 공현(公顯)의 사건입니다.

오늘 1월 6일 공현축일에 마태오 복음서는 동방박사의 방문과 경배를 공현사건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시골 마을에 조용히 태어난 아기 예수에게 놀라운 비밀이 감추어져 있음이 동방에서 온 박사들의 방문으로 말미암아 예루살렘과 온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그 아기 예수가 바로 장차 유다인의 왕, 평화의 왕, 그리스도, 구세주가 되실 분이라는 것이지요. 공현의 계시는 이후에도 주님께서 세례받으신 일, 첫 제자들을 부르신 일, 가나에서 혼인잔치 기적을 베푸신 일, 변화산에서 신비한 변모를 보이신 사건 등으로 사람들에게 계속 알려지게 됩니다.

하늘의 별을 보고 그 별의 인도를 따라 유다인의 왕으로 나신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먼 길을 떠나온 동방박사(점성가, 현자)들의 이야기는 동화처럼 신비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어리석고 황당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미 등극하여 권력과 부와 명성을 가진 왕을 알현하는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 왕이 파견한 특사를 만나서가 아니라 고작 하늘의 별이라는 신빙성 낮은 정보에 의지하여 먼 길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단 한번 아기 예수를 “경배하고”는 황금, 유향, 몰약등 당대의 보물을 바치고 표표히 떠났다는 것입니다.

왕이나 부자, 세도가들을 만나려는 동기는 뭔가를 얻어내고 그 힘을 빌어 잘 살아보자는 동기가 보통 아닙니까? 단지 “경배”하기 위해서 목숨과 재산을 걸고 먼 길을 여행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는 행태입니까?

자기가 이룬 권력과 부와 명예에 해를 끼칠 것 같은 “아기 예수”를 죽이려고 충혈된 헤로데의 눈을 생각해봅니다. 이에 비하면 동방박사들의 눈빛은 한없이 깊고 맑았으리라 상상됩니다.

하느님이 세상에 드러나는 공현(公顯)의 일을 우리는 요란스레 화려하고 신기한 일인양 여기고 기대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공현(公顯)은 욕망에 가득찬 인간들의 눈을 만족시키는 자기과시가 아닙니다.

깊은 갈망과 오랜 기다림을 통해서 겸손과 지혜를 갖춘 이들, 자기의 안일과 안주를 넘어 기꺼이 순례의 모험길을 나서는 이들에게 허락되는 신성한 영적체험입니다. 동방박사의 이야기는 그러므로 참된 이야기입니다.

동방박사들이 본 어두운 하늘에 빛나는 별은 천문학적 행성이 아닙니다. 그들의 맑고 밝은 눈에 허락된 하늘의 기쁜 소식입니다.

오늘의 동방박사들인 우리는 이제 망원경으로 하늘을 살필 일이 아니라 성경을 펴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고 또 읽어 마음에 새길 일입니다. 그 말씀의 인도를 따라 우리 영(靈)과 삶과 역사에 함께 하시는 예수님의 현존을 깨닫거든 기꺼이 “경배”를 드리고 우리 가진 “귀한 것”을 내어드릴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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