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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2017 환경주일

by 분당교회 2017. 6. 25.

2017년 6월 25일 환경주일 설교말씀

성공회 분당교회 김장환 엘리야 신부

루가 12:13-21


2017년 환경주일

1. 오늘은 6월 25일입니다. 625한국전쟁이 발발한지 67년이 되었습니다. 남과 북은 정전의 상태로 군사적인 대립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남과 북의 교류와 협력이 재개되고 이 땅에 평화가 정착되도록 많은 기도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2. 625기념일을 맞이하면서 특별히 대한성공회의 순교자들을 기억합니다. 그리스도교의 역사는 순교자의 피로 얼룩져 있습니다. 127년의 역사를 지닌 대한성공회 안에도 수많은 헌신과 희생이 있어 왔습니다. 대한성공회 제 4대 주교셨던 구세실 주교님의 경우, 전쟁이 일어났지만 피난하지 않고 지역교회를 방문하며 격려하다가 납치당해 전쟁 포로로 잡혀가기도 했습니다. 마리아 클라라 수녀, 찰스 헌트 홍갈로 신부, 윌리엄 리 이도암 신부, 조용호 디모테신부, 이원창 미카엘 신부, 그리고 윤지상 교우의 조부이신 윤달용 모세 신부님 등 여섯분은 자신의 생명을 하느님께 바치며 교회를 지키셨습니다. 


3. 이 분들의 희생과 순교를 기억합니다. 우리 교회가 순교의 신앙을 계승하여 남과 북이 하나 되는 평화로운 나라를 만드는 일에, 이 사회가 공의와 정의가 넘치는 나라로 발전하는 일에 더욱 기도하고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의향으로 드리는 예배‘는 광복일인 8월 15일 즈음에 드리려고 합니다. 


4. 오늘은 한국교회가 6월에 지키도록 하는 환경주일입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창조물 중에 가장 무서운 피조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호랑이나 사자 같은 맹수들, 생명을 앗아가는 바이러스들이 무섭기는 하지만, 그 어떤 피조물도 하느님의 창조세계를 이렇게 파괴하고 생태계를 신음하게 한 존재는 없습니다.


5. 오늘날 인류는 생태환경의 위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명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물과 공기의 오염이 심각한 지경입니다. 올 봄에 미세먼지로 얼마나 고통을 겪었습니까? 물을 사먹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먹거리도 심각합니다. 정체불명의 유전자조작 식품이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생활 가까이에 있는 각종 화학물질은 생명에 심각한 왜곡과 변형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동일본의 지진으로 일어난 핵발전소의 사고는 한 지역을 죽음으로 뒤 덥혀 버렸습니다. 


6. 이러한 생태의 위기는 단지 인간에게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닙니다. 며칠 전 마음 아프게 읽은 기사가 있었습니다. 호주 해변에 6미터 크기의 고래가 죽어 있었습니다. 해부를 해보니 위 속이 온통 비닐로 겹겹이 쌓여 있었다는 것입니다. 로마서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로마서 8:19-22 

19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의 자녀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20 피조물이 제 구실을 못하게 된 것은 제 본의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그렇게 만드신 것입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21 곧 피조물에게도 멸망의 사슬에서 풀려나서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영광스러운 자유에 참여할 날이 올 것입니다. 

22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오늘날까지 다 함께 신음하며 진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7. 오늘날 인류와 피조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생태환경의 위기는 전적으로 우리 인간들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인간이 산업 활동을 시작하면서 배출하기 시작한 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를 일으켰습니다. 더욱 편리한 삶을 위한 전기의 사용이 핵발전소를 건설하게 했습니다. 적은 노력으로 많은 소출을 얻기 위한 욕심으로 유전자를 조작했습니다. 강과 산과 들을 마음대로 개발할 수 있다는 탐욕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생명들을 죽음으로 치닫게 했습니다. 


8. 생태계의 위기는 이렇듯 인간만의 편리와 욕심을 채워가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진실입니다. 오늘 복음과 서신을 보십시오. 성서는 인간이 자기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 얼마나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죄인인지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9. 하지만 본래 인간은 이런 존재로 지음 받지 않았습니다. 오늘 1독서로 읽은 창세기의 1장의 말씀을 보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아름답게 창조하셨습니다. 거듭 ‘보시기에 좋았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모든 것을 돌보고 지키는 사명을 부여받는 존재로 인간이 지음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하느님의 말씀을 잘못 알아들었습니다. “다스리라”는 말씀을 자신의 편리와 탐욕을 합법화하는 말씀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연을 정복하고 파괴하고 개발해왔습니다. “다스리라”는 말씀처럼 왜곡되어 받아들인 말씀은 없을 것입니다. 인간이 욕망의 노예가 되면 하느님의 말씀도 자기에게 유리한대로 해석하게 됩니다. 그래서 성서는 올바른 해석이 중요하고 그 말씀에 온전히 순종할 겸손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10. “다스리라”는 말씀은 욕망과 편리를 위해서 자연을 정복하고 파괴하고 개발하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다스림을 받는 대상이 그 존재 자체의 가치를 가장 잘 드러내도록 잘 관리하라”는 말씀입니다. 우리 인간을 다스리시는 왕이신 하느님의 통치를 생각해 보십시오. 하느님은 극진한 사랑으로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시고 하느님의 자녀로 받아주셨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형상을 회복해 가도록 사랑으로 돌보시고 이끌어 주십니다. 하느님을 믿고 인격적인 사랑으로 나누며 살면 누구든지 행복한 인생을 살게 됩니다. 


11. 이처럼 하느님의 다스림 아래 있는 피조물은 지음 받은 모습을 회복하여 최고의 존재로 살아갑니다. 이것이 하느님께 영광이 됩니다. 하느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영광은 하느님 앞에서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사명대로 사는 것입니다. 피조세계를 지키고 보존하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것을 성서는 “청지지 사명”이라고 말합니다. 


12. 우리의 어리석음과 탐욕 때문에, 창조 세계는 그 생명을 잃고 죽어 가는데도 우리 인간이 청지기의 사명을 잊은채 나 몰라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리스 정교회 사제인 익나시오 4세는 바다가 오염되고 하늘이 찢어지고 숲이 사막이 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인간이 마음과 가슴으로 안타까워하며 회개하지 않는다면, 창조 세계를 보호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일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3. 창조세계가 황폐해 진 것이 청지기의 사명을 잊었던 우리의 잘못 때문이었음을 깨닫고 회개해야 합니다. 참회하는 심정으로 죽어가는 창조세계를 되살리려는 노력에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합니다. 이것을 생태적 회개라고 합니다. 생태적 회개는 다음과 같은 우리의 실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14. 생태적 회개는 먼저 우리의 마음과 생각이 새로워지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어리석음과 탐욕을 내려놓고 창조 세계의 친구이자 섬김이로서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더 화려한 집, 더 큰 자동차, 더 기름진 음식, 더 비싼 옷에 대한 우리의 욕심을 접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어리석고 지나친 소비생활이 하느님의 창조세계를 병들게 했습니다.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고 물과 공기를 맑게 하기 위한 노력과 정책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15. 둘째, 생태적 회개는 공동체로서 살아가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우리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창조 세계의 모든 생명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신앙공동체인 교회가 장초세계의 생명들의 친구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새들의 친구가 되어 숲을 지켜가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멸종의 위기에 처한 동물의 친구가 되어 산과 들을 돌보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물고기들의 친구가 되어 개발로부터 강을 지키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땅의 친구가 되어 화학비료로 죽어가는 땅을 회복시켜가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16. 이를 위해 교회 안에서부터 생태친화적인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주보에 적힌 친환경적이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먼저 종이컵 사용을 줄이는 일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바로 지금부터 우리 교회를 새로운 생명의 공동체로 바꾸지 못한다면 하느님의 회복의 역사를 우리가 경험할 수 없을 것입니다.


17. 셋째, 생태적 회개는 창조세계를 파괴하는 잘못된 정책에 반대하는 활동으로도 표현됩니다. 우리 성공회 선교정신의 네 번째, ‘불의한 사회를 변화시켜 간다.’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홍수와 가뭄을 막기 위해 물을 저장한다는 명분으로 강의 모래를 파내고 16개의 보를 쌓아 강물을 막아 놓은 ‘4대강 살리기’를 생각해 봅시다. 가뭄이 이렇게 심한데, 아무런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녹조와 더러운 웅덩이나 사는 큰빛이끼벌레와 시궁창에나 사는 실지렁이들이 창궐하고 있습니다. 물고기들은 수시로 떼죽음을 당하는 죽음의 강이 되어 버렸습니다. 


18. 이러한 반성경적인 죄악을 막아내지 못한 우리의 무관심과 잘못을 회개해야 합니다. 이렇게 잘못된 정책을 만들어 추진한 정치인, 학자, 관료, 언론인, 사업가들의 회개를 촉구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4대강의 치유와 회복, 재자연화를 위해 교회가 앞장서야 합니다. 이를 통해 창조세계를 회복시키시는 창조주 하느님을 만나는 은총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19. 반성경적 장책들을 반대하는 일은 반핵탈원전운동으로도 표현됩니다. 햇빛과 바람과 물에서 에너지를 얻도록 하는 대체에너지 정책들이 전개되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 주중 문대통령의 탈핵 선언은 우리에게 많은 삶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더 많은 소출을 위해 더 많은 농약을 사용하는 유전자조작식품의 문제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파리기후협약과 같은 기후변화의 위협으로부터 생명을 지켜내려는 국제사회의 협력을 지지하고 응원해야 합니다. 


20. 마지막으로 이러한 생태적 회개의 삶이 우리 생활 속에서 지속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오직 창조주 하느님만이 나의 왕이시며, 나는 다만 청지기임을 고백하는 믿음으로만 가능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청지기 신앙입니다.  청지기 신앙은 나와 인류의 죄악을 회개하게 하며 창조세계의 회복과 보전을 위해서 헌신하게 합니다.


21. 주보에 “환경 지킴이로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사항들”을 게재했습니다. 이 시간 잠깐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의 청지기가 되어 창조질서를 보존하며, 지구 생명의 회복과 유지에 헌신하는 믿음의 사람들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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