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 먹고 마시며 죄인하고 어울리시는 예수님을 따라

2017년 7월 9일 연중 14주일 설교말씀

성공회 분당교회 김장환 엘리야 신부

마태 11:16-19. 25-30

즐겨 먹고 마시며 죄인하고 어울리시는 예수님을 따라

1독서 묵상 - 창조주이신 예수님은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이 땅에 오시고 어린 새끼 나귀를 타시고 십자가의 길을 가신 겸손의 왕이십니다. 이 시간, 예수님의 겸손을 묵상합시다. 

2독서 묵상 - 주님을 사랑합니다. 그 말씀대로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유혹과 육체의 정욕에 자주 실족하며 주님을 배반하는 우리입니다. 우리의 연약함을 돌아보며 하느님의 은총을 구합시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예수님 당대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던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 자신입니다. 그들의 삶과 가르침이 기존 종교지도자들과 달라.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종교권력자들은 두 사람의 영향력을 차단하고자 아주 부정적인 소문을 퍼뜨렸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그 소문이 어떤 것인지를 소개해 줍니다. 18절, 19절의 말씀입니다. “18 요한이 나타나서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으니까 '저 사람은 미쳤다.' 하더니 19 사람의 아들이 와서 먹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니까 '보아라, 저 사람은 즐겨 먹고 마시며 세리와 죄인하고만 어울리는구나.' 하고 말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부정적인 평가를 퍼뜨린 당사자들이 처음에는 세례자 요한에게 가서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세례자 요한에게 미친놈이라고 평가를 내리는 그들이 왜 세례를 받았을까요?

 

유다인이면 누구나 하느님 나라를 대망하며 살았습니다. 그 나라에 이르는 방법을 다르게 생각하는 다양한 종파가 있었습니다. 대중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던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율법을 잘 지키면 구원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주 이질적인 존재가 나타났습니다. 세례요한입니다. 광야에서 금욕적으로 지내는 그의 모습은 또 다른 종파인 에세네파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에세네파는 세속에서 물러나와 오직 하느님만을 예배하며 살아가는 경건만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요한은 유다인들을 향해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회개하고 회개의 표시로 세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두가이파나 바리사이파 등 많은 종교지도자들도 양심이 찔렸는지 요한에게 와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사두가이파는 제사장 중심으로 현실에 타협하면서 기득권을 누리던 정치집단이었습니다.

사실 세례는 이방인들이 유다교로 개종할 때 받는 것이었습니다. 세례를 받을 이유가 없었던 유다인들이 세례를 받았다는 것은 자신들이 이방인처럼 살아왔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회개의 표시로 받는 세례가 삶으로 검증되어져야만 했습니다. 이런 세례의 의미는 우리 기독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요한이 한 말을 살펴보면, 그렇치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마태오복음 3장 7절 8절의 말씀입니다. “7 그러나 많은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이 세례를 받으러 오는 것을 보고 요한은 이렇게 말하였다. "이 독사의 족속들아! 닥쳐올 그 징벌을 피하라고 누가 일러주더냐? 8 너희는 회개했다는 증거를 행실로써 보여라.” 

회개하고 세례를 받았는데 삶의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세례가 마음과 삶의 변화가 없는 종교 의례에 그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그저 요한이 베푸는 물의 세례는 구원의 방편에 추가 사항 정도로 여겼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중적인 태도가 또 다른 우상숭배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우상숭배란 하느님을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과 우상을 겸하여 섬기는 태도입니다.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들도 삶의 주인을 예수님을 완전하게 바꾸지 않은 채 살아간다면 우상숭배자인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오직 하느님만을 사랑하고 그분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세례 요한의 외침에 양심이 찔리고 혹 구원에서 떨어질까 두려움 때문에 세례를 받았지만, 오히려 요한의 외침과 그 사는 모습이 자신들을 거슬리게 하니 “저 사람은 미쳤다”라고 말하면서 요한의 영향력을 차단하려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세례 요한 이상으로 영향력이 있던 사람은 예수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에 대해서도 이런 소문을 퍼뜨렸습니다. 19절입니다. “저 사람은 즐겨 먹고 마시며 세리와 죄인하고만 어울리는구나”. 여기에 예수님의 별명이 나옵니다. “먹보, 술보.” 

예수님이 함께 먹고 마시며 어울린 사람들은 세리와 죄인들입니다. 상종할 수 없는 민족반역자 세리. 그리고 율법으로는 어울릴 수 없는 죄인들이 예수님의 친구들이었습니다. 

유다인들에게 밥상은 사회적인 자기 위상을 드러내는 자리였습니다. 자기와 어울릴 만한 사람들, 그 이상의 사람들과 밥을 먹으면서 자기의 존재됨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자리였습니다. 그러니 랍비라고 불리는 예수가 도저지 상종할 수 없는 사람들하고 어울려 먹고 마신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던 충격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를 향해 “저 먹보, 술보”라고 비난했던 것입니다. 신명기 21장을 보면, ‘먹보 술보’라는 표현은 부모에게 순종하지 않아 죽여도 되는 정도의 불효자들을 일컫는데 쓰는 말이었습니다. 

하느님 나라에서도 밥상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에서 밥상은 누구나 아무 차별 없이 환대받는 자리입니다. 그가 죄인이든, 창녀이든, 어떤 사람이라도, 같은 밥상에 앉아 먹고 마시면서 하나가되는 환대와 일치의 자리가 하느님 나라의 밥상입니다. 

예수님은 경계밖에 있는 죄인들을 환대하고 사랑을 나누는 평등한 밥상공동체를 통해서 하느님 나라를 경험하게 하고 드러내셨던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바로 이런 잔치의 자리입니다. 당대의 유다교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마 오늘날 보수적인 개신교인들에게 예수님의 별명이 ‘먹보 술보’라고 말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날 교회 안에서 밥상이 갖는 하느님 나라의 모습을 경험하게 해 주는 것이 성체성사입니다. 지금 미국성공회 의장인 ‘마이클 커리’ 주교가 이런 간증을 했습니다. 자신의 부모가 20세기 중반에 아프리카에서 이민을 와서 나간 교회가 성공회였는데, 인종차별이 심했던 그 시대임에도, 누구나 다 성찬에 초대받았고, 한 떡과 한 잔을 먹고 마시는 가운데 환대와 일치를 경험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예수님의 별명이 ‘먹보, 술보’라는 것에 대해 전혀 불편함이 없는 우리 성공회 신자들이 그 별명에 담긴 의미를 어떻게 신앙적으로 적용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 애찬의 의미입니다. 교회에서 성체성사는 예배 후 ‘애찬’으로 이어집니다. 교우들이 밥상공동체를 이루는 애찬은 전례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교우 여러분 모두 애찬을 감사의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먹으면서 진솔한 대화와 나눔으로 우정이 깊게 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특별히 하느님 나라의 모형을 경험하게 하는 자리인 애찬을 정성스럽게 준비해 주시는 어머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정말 수고 많으십니다. 고맙습니다.

둘째, 예수님처럼 경계 밖에 있는 사람들과 실제로 밥을 나누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도전입니다. 예를 들면, 노숙인들과 밥을 나누는 삶 말입니다. 

그런데 실제적으로 이런 삶을 살아가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밥을 나누는 사역을 하는 푸드뱅크를 지원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지난 부활절 헌금의 1/3을 푸드뱅크 법인화 사업에 보냈습니다. 극기헌금과 합치면 200만원 정도의 금액입니다. 또 성공회푸드뱅크 김한승 신부님을 모셔서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때 많은 분들이 푸드뱅크에 후원자로 가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바랍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우리도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봉사현장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셋째, 실제적으로 우리 생활 속에서 ‘먹보 술보’이신 예수님을 따라 살기를 생각해 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 밖에 있는 사람들을 환대하고 먹고 마시면서 그들과 우정을 나누셨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로 초대하셨습니다. 

우리들도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같이 먹고 마시면서 우정을 쌓고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허락하시는 적절한 때에 그들에게 최고의 선물인 하느님 나라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2017년 하반기에 이렇게 우정을 쌓아갈 한 사람을 정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불신자들과 냉담자들을 지속적으로 만나 우정을 쌓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때로 필요하다면 와인이나 맥주잔을 기울이며 삶의 애환과 속마음을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지난 주일에 우리교회 하반기 표어로 “주님이 하듯이, 주님께 하듯이” 살아가자고했습니다. “즐겨 먹고 마시며 죄인들하고만 어울리신 주님”을 따라, 우리도 먹고 마시는 가운데 서로 위로하고 힘이 되는 사랑의 공동체를 세워가길 바랍니다. 우리 주변에 어려운 이웃들과 밥을 나누는 일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울러 아직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 먹고 마시는 가운데, 우정을 쌓아가며 그들을 하느님 나라로 초대하는 환대의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