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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성령이여 오소서!

by 분당교회 2015. 5. 25.

성령이여 오소서!


"나는 한 때 심각한 신앙의 위기를 경험한 적이 있다. 알 수 없는 분노 때문에 모든 것이 짜증스럽고, 답답하고, 기도가 목구멍을 나오지 않았다. 어느 날 여행 가방을 주섬주섬 싸들고 소록도로 향했다. 소록도에 있는 한 교회에서 예배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의 기도 소리가 내 귀를 파고들었다. ‘하느님, 저에게 주신은혜가 어찌 이리 큽니까! 주님, 어찌하면 제가 주의 은혜를 갚을 수 있겠는지요? 나는 궁금했다. 도대체 무슨 은혜를 그렇게도 많이 받았기에 저런 기도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60이 넘은 듯한 흉측하기 이를 데 없는 노인이었다. 나병이 얼마나 심했던지 얼굴의 형태를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지격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으며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있었다. 한참 후에 기도가 끝나고 쉬고 있을 때 물었다. ’무슨 은혜가 그렇게 크신 거예요? 그분은 한참 먼 산을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내가 문둥병에 걸리자 세상도, 피붙이도 나를 버렸어. 물론 친구들도 떠나 버렸구. 그런데 말이야 이 소록도까지 나를 따라온 분이 계셨어. 그리고 내게 소망과 기쁨을 주셨지.’ ‘할머니가 따라오셨군요?’ ‘아니야, 할머니는.... 예수님이 따라오신 거야.’ 또 한 번의 충격이었다. 나는 하늘을 향해 외쳤다. ‘주여, 당신은 대체 누구시기에 귀 코 손발도 없는 한 늙은이에게 그토록 큰 평강을 주시는 것입니까? 저에게도 그 평강을 주소서!’ 그 소록도의 노인은 2년 후 그리도 오매불망하던 하늘나라로 가셨다.”

(정태기 목사, 한신대)


인간은 나약 하지만 신앙은 강합니다. 

모두가 포기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신앙이 있는 사람들은 희망과 긍정의 끈을 절대 놓지 않습니다. ‘구름이 하늘을 가려도 태양은 여전히 빛나고 있음’을 믿고 희망의 불씨를 스스로 꺼버리지 않은 위대한 신앙인들이 역사를 바꾸고 새로운 삶의 좌표를 만들어 왔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외면하는 일들도 신앙인은 기쁨으로 해내면서 참된 가치를 실현하기도 합니다. 이기적인 사랑이 아닌 하느님의 사랑으로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신앙의 힘이야말로 인간이 이룰 수 있는 ‘기적’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그 기적은 다름 아닌 성령의 역사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그 기적들을 통해 발전해 왔고 하느님 나라로 향해 가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과 신도들은 오순절에 성령을 체험했습니다. 하느님의 영이 이들을 사로잡자 이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했던 베드로는 담대하게 예루살렘 시민들 앞에서 예수님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예루살렘 사람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아우성을 쳤던 사람들이었음을 생각해볼 때 엄청난 사건임에 틀림없습니다. 성령을 체험한 초대 신자들은 완전한 평화와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 인류에 ‘새로운 존재’(New Being)와 그 공동체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성령이 우리와 함께 하시기 때문에 우리는 하느님의 진리와 사랑을 믿고 따를 수 있습니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면서 매사를 합리적으로 따지는 사람들이 하느님의 존재와 그 사랑을 깨닫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믿고 사랑을 체험한다고 하는 것은 소위 ‘제정신’으로는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믿을 수 없는 것을 믿게 되고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할 수 있고, 남들이 가지 않고 피하는 길을 갈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성령의 역사입니다. 내가 착실하고 남들보다 선량한 사람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교만일 수 있습니다. 그 누구도 성령의 도우심과 그 능력이 아니고서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할 수 없고 하느님의 진리를 깨달을 수 없습니다.

성령은 이론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을 수억 마디의 말로도 다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성령을 머리로 이해하고 분석하고 개념화 시킬 수 없습니다. 다만 아무리 화려한 조명기구를 설치했다고 해도 그 안에 전기라는 에너지가 없으면 무용지물인 것처럼 우리의 생활에 성령이라는 에너지가 없으면 영적으로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은 영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것을 알 수 있도록 눈과 가슴을 열어주는 것이 성령입니다.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5월 24일 성령강림주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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