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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

by 분당교회 2013. 12. 26.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2월 25일 성탄대축일 설교 말씀) 

올해 사람들의 마음속을 파고들었던 단어를 찾으라면 아마도 ‘안녕’이 될 것 같습니다. 서울의 어느 대학에서 한 학생이 ‘안녕하시냐?’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 일파만파로 번져 여기저기서 안녕하지 못한 불편한 진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불안정한 ‘위기사회’임을 반증하는 것이겠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그 ‘안녕’이라는 단어가 어느새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이념적인 색깔로 덧칠해서 또 다시 진영을 가르는 단어가 되어버리는 것이 더욱 마음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어느 사회건 의견 차이는 존재합니다. 때로는 격렬한 대립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극적인 타협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도무지 대화가 성립이 안 된다는 것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이 존재하지 않고 자기주장만 관철시키려고 하는데서 도무지 갈등이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를 않는다는 것이 더욱 마음을 안녕치 못하게 합니다.

성탄은 하늘과 땅의 화해입니다. 하늘이 땅으로 내려온 우주적 사건입니다. 하느님이 높고 거룩한 보좌에 머물러 계시지 않으시고 낮고 천한 땅으로 내려오시어 악이 지배하고 고통 받는 세상에 참된 평화를 이루십니다. 하늘이 땅을 지배하고 억압함으로서 복종케 하는 그런 평화가 아니라 버리고 낮아지고 섬김으로서 이루는 평화입니다. 이것이 하늘이 땅에게 주는 가장 커다란 선물이면서 세상을 영광스럽게 변화시키는 섭리입니다. 그 섭리를 겸손히 받아들인다면 오늘 우리가 안고 있는 ‘안녕’하지 못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는 향락과 타락의 잔치가 아니라 따스한 사랑과 소망의 축제입니다. 비천한 마구간에 오신 그리스도를 맞으며 우리도 낮아지고 겸손해지면서 그동안 잃었던 사랑의 열기를 충전하는 날입니다. 또한 죄 없는 아기 예수를 경배하며 그동안 각박하게 살아왔던 삶의 뒤안길을 돌아보면서 경건하게 자신의 모습을 추스르고 회개의 기도를 바치며 용서를 체험하는 영적인 희열이 충만한 날입니다. 그리고 이 성탄절에는 그동안 좌절과 실패, 그리고 빈곤에 시달린 사람들이 축복과 은총의 시간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갖는 날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육신을 입고 탄생하셨습니다. 이러한 사랑을 나누시기 위해 이 땅의 탐욕과 애증을 넘어선 희생적인 하늘의 사랑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빈 방이 없습니다.’라는 차가운 마음의 절벽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뒤돌아서야 하는 사람들을 사랑하시기 위해서 마구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그 사랑을 받을 줄 아는 사람은 오늘을 승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사랑을 배울 줄 아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거들떠도 보지 않던 비천한 마구간이 거룩한 하느님의 보좌가 되었습니다. 주님을 모시는 자리는 높은 산이나 거친 들이나, 초막이나 궁궐이나 그 어디나 거룩한 자리입니다. 우리 마음의 자리, 우리의 가정과 사회에도 주님을 모시고 경배하는 영광의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따듯한 가슴이 있다면 이 시대를 안녕하지 못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땅으로 내려온 하늘의 그 위대한 포기가 있다면 수많은 갈등과 대립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차가운 거리에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에게 천사들은 노래합니다.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 ’

장기용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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