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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2007년 9월 25일(화/추석) 추석 성찬례 설교 (감사와 나눔의 명절)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9. 24.

추석 감사성찬례 설교

감사와 나눔의 명절

기쁜 명절 추석입니다.
푸른 하늘에 한가위의 밝고 둥근 달빛이 가득한 것처럼
우리와 모든 이들의 마음에도 풍성한 주님의 은총이 가득차기를 기도합니다.

추석절은 본래 햇곡식과 과일을 거두고 감사하는 축제입니다.
신에게 정성을 바치고, 조상을 기억하고, 모두가 함께 노고를 달래고 기쁨을 누리는 때입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일, 생존을 영위하는 일은 사실 팍팍하고 고단한 일입니다. 명절은 그 살아가는 일의 의미를 돌아보고 기쁨을 더하는 날로서 중요합니다.

명절이 되면 그리스도인이 있는 집안에서는 제사를 지내느냐 마느냐로 고민하고 갈등하지만 생각하면 실은 그리 심각하게 대립해야 할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제사는 유교식의 제의입니다. 그런데 유교가 보편화되기 전에도, 그전에 불교가 전파되기 전에도 우리 민족에게는 독자적인 제의는 있었습니다. 오늘 추석도 가배, 중추절이라는 이름으로 신라시대부터 내려오는 명절이지요.

집안이 전통적인 제사를 지내면 구태여 갈등을 일으킬 필요없이 제사에 참여해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잘 의논하여 기도서의 추도예식으로 바꾸면 가장 좋겠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제사 양식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참여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추석제사를 하느님 앞에서 함께 바치는 감사성찬례로 드리고 있습니다. 이 감사성찬례를 통하여 우리가 오늘 무엇을 기념하는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감사성찬례는 하느님께서 은총과 진리로 우리와 함께 해주신다는 믿음을 표현하고 고백하고 경험하는 감사의 제사입니다.

감사성찬례를 통하여 우리는 “하나됨”을 추구합니다.

하느님과 우리가 하나 되기를 원하는 것이지요. 이 일에는 아무런 조건이 없습니다. 남녀노소, 인종, 계층, 자격이 문제되지 않습니다.

하느님과 우리가 하나되는 일은 그래서 우리 인간들이 하나가 되는 일을 동시에 의미합니다. 부자와 가난한 이가 진실로 하나가 될 수 있는 길은 이 감사성찬례 밖에는 없습니다. 사회계층(계급)의 차이를 넘어서는 화합은 사실 우리가 감사성찬례의 정신으로 살아갈 때만 가능합니다.

하느님과 우리가 하나되는 일은 동시에 산 이와 죽은 이가 하나되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우리와 함께 해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은 그 무엇으로도, 죽음으로도 끊을 수 없는 사랑입니다. 하느님은 죽은 이를 살리시고, 없는 것을 있게 만드시는 분이시고, 예수님은 당신의 죽음으로써 우리를 죽음에서 구하신 분이십니다. 성령님은 그 하느님을 우리가 마음 속에 모시고 생활 속에 경험할 수 있게 해주십니다.

우리가 믿음으로 드리는 이 성찬례는 그러므로 그 하느님께 산이와 죽은이가 함께 바치는 제사입니다. 우리는 함께 하느님의 사랑 안에 있고 함께 하느님께 서로을 위해 기도합니다.

우리 모두가 나고 살고 죽는 존재이기에 산 이와 죽은 이의 하나됨은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리스도인이 아닌 이들은 제관이나 스님이 주례하는 제사나, 하다못해 무당이 주관하는 푸닥거리라도 경험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제사를 죽은 이의 혼령을 달래는 일로 생각합니다. 물론 죽은 이들과도 필요하다면 화해와 용서는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죽은 이를 단순히 귀신으로 여기는 태도는 옳지 않습니다. 우리가 경험하지만 진정한 화해는 함께 같은 가치를 지향할 때 이루어집니다. 죽은 이가 귀신이어서 그에게 제사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죽은 이와 함께 공유하고 지향할 가치, 사랑과 진리가 중요하기에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하느님 안에서의 하나됨은 당연히 산 이와 죽은 이의 진정한 화해와 통공을 가능하게 합니다.

하느님과의 일치, 가난한 이와 부자의 일치, 산이와 죽은 이의 일치!
우리가 추석 명절에 누려야 할 일치입니다.

그런데 우리 삶을 돌아봅시다. 무엇인가가 이 일치를 가로막는 일이 있지 않습니까?

일치를 깨뜨리는 것은 우리의 이기적인 마음입니다.
관계를 훼손하는 것은 우리의 재물에 대한 욕심입니다.

이 명절에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우리의 이기심과 재물욕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이기심은 감사를 모릅니다. 주어진 것은 당연한 내 몫이요, 주어지지 않은 것은 원망의 내용을 삼습니다. 내가 잘되는 것만 자랑하려들고 남이 잘되는 것은 배아파 시기합니다.

이기심은 욕심과 연결되어서 다른 이의 행복보다 내 소유의 재물을 귀하게 여깁니다. 우리 주위에서 가정이 깨어지고, 집안이 흩어지고, 나라와 사회가 어지러운 곳을 살펴보면 바로 이기심과 재물욕에 원인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유일하고 확실한 처방은 감사성찬례의 정신으로 사는 일입니다.
감사성찬례의 정신은 바로 ‘감사’와 ‘나눔’입니다.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은 이기적인 마음을 이길 수 있게 합니다.
나누는 마음과 실천은 더불어 기쁨으로 하나가 되게 합니다.

오늘의 성경본문을 잘 묵상해보십시오.
구약은 몰라도 서신과 복음은 어쩌면 추석명절과 무관한 구절들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추석명절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일, 우리가 참으로 회복해야 할 정신이
바로 하느님과의 일치, 가난한 이와 넉넉한 이의 일치, 산이와 죽은 이의 일치임을 기억하신다면 신중히 선택된 본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이 일치가 바로 감사와 나눔의 믿음으로 살 때에 가능함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우리 교우님들의 삶 속에 감사와 나눔이 풍성하기를 기원합니다.

우리가 감사와 나눔의 삶을 살아 하느님 앞에 복을 쌓으면, 우리의 이웃은 물론이요, 세상을 떠난 우리 조상, 우리 가족과 친지도 함께 기뻐하십니다.

우리의 감사와 나눔의 근원이신 하느님께 기도합니다.
"별세한 우리 조상과 가족과 친지와 이웃들을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평안히 쉬게 하소서. 우리를 위해 이 땅에 오시어 귀한 믿음의 후손, 착한 자식과 이웃으로 사셨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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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25일 추석(주간감사성찬례) 성서말씀

(추석/백)

요엘 2:21-24, 26

21 흙아, 두려워 마라.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야훼께서 큰일을 이루셨다.

22 짐승들아, 두려워 마라. 들판의 목장은 푸르렀고 나무들엔 열매가 열렸다. 무화과나무와 포도덩굴에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다.

23 시온의 자녀들아, 야훼 너희 하느님께 감사하여 기뻐 뛰어라. 너희 하느님께서 가을비를 흠뻑 주시고 겨울비도 내려주시고 봄비도 전처럼 내려주시리니,

24 타작 마당에는 곡식이 그득그득 쌓이고 독마다 포도주와 기름이 넘치리라.

26 이제 너희는 한껏 배불리 먹으며 너희 하느님 야훼를 찬양하리라.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이루어준 이 하느님을 찬양하리라. 내 백성은 언제까지나 당당하리라.

시편 104:13-15

13 높은 궁궐에서 산 위에 물을 /쏟으/시니 ∥ 온 땅이 손수 내신 열매로 한껏 /배부/릅니/다.

14 짐승들이 먹을 풀을 /기르/시고 ∥ 사람은 농사지어 땅에서 채소를 /얻게/하시/고

15 또한 곡식을 양식으로 /주시/며 ∥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포도주도 /주셨/습니/다.

얼굴에 윤기 내는 기름도 /내시/고 ∥ 힘을 돋우어주는 음식도 /내셨/습니/다.

영광이 |성부|와 ∥ 성|자와|성령|께 처음과 같이 |지금|도 ∥ 그리고 영|원히,|아-|멘

1요한 3:17-18

17 누구든지 세상의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기의 형제가 궁핍한 것을 보고도 마음의 문을 닫고 그를 동정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에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겠습니까?

18 사랑하는 자녀들이여, 우리는 말로나 혀 끝으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실하게 사랑합시다.

마태 25:34-40

34 그 때에 그 임금은 자기 오른편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너희는 내 아버지의 복을 받은 사람들이니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한 이 나라를 차지하여라.

35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였다. 36 또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으며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고 감옥에 갇혔을 때에 찾아주었다.'

37 이 말을 듣고 의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주리신 것을 보고 잡수실 것을 드렸으며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실 것을 드렸습니까? 38 또 언제 주님께서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따뜻이 맞아들였으며 헐벗으신 것을 보고 입을 것을 드렸으며,

39 언제 주님께서 병드셨거나 감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 저희가 찾아가 뵈었습니까?'

40 그러면 임금은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하고 말할 것이다."

<본기도> -성공회기도서

자비로우신 하느님, 계절을 따라 풍성한 수확을 허락하시니 감사하나이다. 구하오니, 기쁜 명절을 맞이하여 우리가 기억하는 조상들의 영혼에 안식을 주시고, 때에 따라 우리의 필요를 채워주시는 하느님을 신뢰하며 언제나 그 은혜를 찬양하며 살게 하소서. 이는 성부와 성령과 함께 한 분 하느님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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