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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나눔

가을의 기도

by 푸드라이터 2019. 11. 3.

+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 가을이 떠나기 전에 + 

 

가을이 타 버릴 듯 붉게 익어간다

익고 타면 곧 한줌의 재만 남겠지

아쉬움에 불러보고 다시 보며 

너의 빛깔 너의 향기 

너를 안고 음미하며 취해본다

참 아름다워라 

지구별 지금 여기

높고 위대하신 창조주를 찬양하며 

더 없이 맑고 고운 하늘을 주목한다

내일 우리는 

낙엽 내린 황토 오솔길을 맨발로 걷고 싶다

가을엔 더 많이 사랑하고 싶다

가을엔 한가득 감사로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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