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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예수공현,세례주일

by 분당교회 2018. 1. 7.

1월 7일 예수공현,세례주일


한 주일 뵙지 못했는데, 해가 바뀌어서인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습니다. 교우 여러분 모두 잘 지내셨지요? 보고 싶었습니다. 2018년 새해, 주님 안에서 풍성한 은총을 누리시는 한 해가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항상 새해 첫 주일에는 교구장 사목교서를 대독합니다. 유인물로 드린 사목교서를 읽어드리고 난 후, 말씀을 잠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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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 서울 교구장 주교 사목 교서 - ‘신자에서 제자로!’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수도자 그리고 성직자 여러분! 주님의 교회와 수도회 그리고 사회선교 기관과 가정 위에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지난 2017년도는 저 개인은 물론 우리 교회와 국가적으로 매우 급격한 전환의 시기였습니다. 국가적으로는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라는 엄청난 역사적 변화 속에서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와 동북아의 국제 관계에서 한반도의 정의와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깊이 깨닫는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소수자들의 인권 문제 등은 이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고 있으며, 교회는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사회 문제와 과제 앞에서 선교의 사명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저는 바울로 사도가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큰 위로와 격려 그리고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하느님의 자비에 힘입어 이 직분을 맡은 우리는 결코 낙심하지 않습니다. (중략) 우리는 아무리 짓눌려도 찌부러지지 않고 절망 속에서도 실망하지 않으며 궁지에 몰려도 빠져 나갈 길이 있으며 맞아 넘어져도 죽지 않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언제나 예수의 죽음을 몸으로 경험하고 있지만 우리의 몸 안에는 예수의 생명이 살아있다는 사실입니다.”(2고린 4:1-10) 


우리를 격려하시고 힘을 주시는 분은 바로 우리 안에 계시는 주님이십니다. 저와 여러분들 각자 안에 있는 예수의 생명, 복음의 진리가 우리 교회를 이끌어 가십니다. 우리가 서로 격려하고, 함께 모여 기도하면 하느님께서는 반드시 우리 교회, 우리 교구를 새롭게 일으켜 세우실 것을 믿습니다.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희망의 빛으로 우리의 내면을 밝히고 세상을 밝히십니다. 이 구원의 희망을 믿고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외치며 복음의 진리와 사랑의 빛을 밝혀야 합니다. 우리들은 약하나 우리 안에 계신 주님은 강합니다. 우리들은 우리를 통해서 이루어 가실 구원의 빛과 희망을 품고 2018년 새해 힘찬 믿음의 행진을 하고자 합니다. 


저는 우리 서울교구의 희망을 ‘제자로 살기’에서 찾습니다. 그래서 2018년도 교구 표어를 ‘신자에서 제자로!’라고 정했습니다. 우리 모두 제자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부르시며 ‘나를 따르라!’고 하십니다. 예수께서 들려주시는 말씀과 몸소 보여주신 인격과 삶의 방식이 우리를 통해서 드러나야 합니다. 우리 자신이 주님의 제자가 되려는 열망과 결단 없이는 우리 교회의 성장과 발전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교회 개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자로서 순명하고 제자다운 인격과 삶으로 변화된 사람들만이 교회를 교회답게 만들어 갈 수 있고 하느님의 영광이 그들을 통해 드러날 것입니다. 

 

개혁과 성장은 이 시대에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개혁과 성장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추진되어야 합니다. 성장을 목표로 하지 않는 개혁은 공허하며 개혁의 밑받침 없는 성장은 내실이 없기 때문입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신앙적인 자기 성찰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저는 지난 53차 교구의회에서 우리 교구가 건강한 교회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 3대 개혁과제와 4대 성장과제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우선, ‘개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성공회다움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둘째, 이러한 공교회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참여와 협력을 통해 성숙한 의회제도, 상호신뢰가 있는 아름다운 교회를 이루어 나갈 것입니다. 셋째, 교회의 거룩함을 회복하기 위해 헌신과 섬김의 정신을 더욱 강화시킬 것입니다. 


다음으로 ‘성장’입니다. 첫째, 새 신자 영접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새 신자 전도에 미약했음을 반성합니다. 최근 들어 한국교회의 다양한 병폐로 실망한 가나안 신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길 잃은 양들을 주님의 품으로 다시 불러 모으기 위해 우리교회는 성공회다움에 걸 맞는 전도방식,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 선교도구를 적극 활용할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환대의 문화가 활짝 꽃피우길 기대합니다. 둘째, 미래세대 양육입니다. 어린이들의 웃음과 젊은이들의 발랄함이 교회 안에 충만할 때, 교회의 미래는 밝습니다. 어린이들을 사랑하신 예수님을 닮는 교회가 되도록 교회학교 교사들을 격려하고 이들의 역량을 증진시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셋째, 사목역량 강화입니다. 사제들 개인적으로 기도와 공부  뿐만 아니라, 사제들 서로 협력하고 각자의 달란트를 나누는 아름다운 모습을 통해 우리의 사목역량을 높여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넷째, 각 교회가 구체적인 비전을 세우고 실천하도록 독려하겠습니다. 목적이 없는 삶은 초심을 잃고 나태하기 쉽습니다. 교구는 각 교회지체들과 함께 비전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이 모든 개혁과 성장은 우리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의 진정한 ‘제자로 살아갈 때’ 가능합니다. 2018년 새해 우리교회가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가서 모든 사람들을 제자 삼으라!”는 지상명령에 순종하여 주님의 영광이 우리를 통해 드러나길 간절히 바랍니다. 


모든 신자들과 수도자와 성직자 여러분 위에 하느님의 거룩한 축복이 임하시길 빕니다.  

 

2018년 1월 1일 거룩한 예수 이름 축일에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교구장 이경호 베드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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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력으로 어제는 공현일, 오늘은 주의세례일입니다. 공현일이 성탄절만큼 큰 축일이라 대부분 교회는 주일로 옮겨서 오늘을 예수공현세례주일로 지킵니다. 


공현이란 ‘공적으로 드러난다는 의미’로, 구세주로 오신 예수님이 세상에 공적으로 드러나신 사건을 기념합니다. 


공현일에 읽는 복음은 빛을 따라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예수님을 만나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드리면서 경배 드린 내용입니다. 예수님이 이방나라에 온 사람들에게 드러나 경배 받으신 사건입니다.  


동방에 사는 이방인들을 예수님께 인도하여 마침내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을 경배하게 한 빛을 묵상하게 됩니다. 이 시대에도 하느님을 모른 채, 아니 무시한 채, 세상의 질서와 가치관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들을 예수님께 인도할 이 시대의 빛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교회공동체입니다. 예수님께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빛은 존재함으로 어둠을 밝힙니다. 교회가 존재함의 목적입니다. 어둠을 밝히는 빛, 진리를 앙망하는 이들을 진리이신 주님께 인도할 빛, 그 빛이 교회입니다. 우리입니다. 


2018년 이러한 존재로 살아가는 우리 분당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이런 표어를 생각해 봤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빛과 소금!” 


주의세례는 예수님이 세례자요한에게 가서 세례를 받으신 사건을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기념에는 그것을 새기고 계승해야 하는 신앙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주의세례주일이 이 시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 먼저, 요한이 전개한 세례운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첫째, 세례는 이방인이 회개하고 하느님을 믿는 백성이 될 때, 즉 유대교로 개종할 때 받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요한이 회개와 세례를 전개했다는 것은 당시 유대인 모두가 이방인처럼 하느님을 떠난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세례를 성자 예수님이 받으셨습니다. 이는 예수님이 하느님을 떠나 살아가는 죄인들과 자신을 동일시하신 사건입니다. 성육신과 세례는 마침내 대속의 십자가로 이어지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둘째, 요한이 베푼 세례는 회개한 자에게 주는 죄사함의 세례입니다. 죄사함은 성전에서 드리는 제사를 통해 받는 것이 구약의 전통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성전은 예수님이 강도의 소굴이 되었다고 질책하고 뒤집어엎었듯이 제사를 통해 돈 벌이를 하는 제사장을 비롯한 종교 정치 기득권자들의 사업체로 타락했습니다. 


요한이 펼친 세례 운동은 타락한 성전을 중심으로 한 권력에 저항하는 새로운 신앙 운동이었습니다. 제사가 아닌, 마음과 생각을 새롭게 하는 회개를 통해 하느님과 관계를 회복하는 새로운 신앙운동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요한에게 가서 세례를 받았다는 것은 요한의 신앙운동을 지지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세례를 받을 때, 하늘이 열리고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맘에 드는 아들”이라는 음성이 들렸습니다. 성령이 비둘기처럼 예수님께 내려와 기름 부어졌습니다. 


이는 예수님이 공적으로 하느님 나라의 왕으로 등극하시는 장면입니다. 예수세례는 왕위 취임식입니다. 예수님은 세례 이후로 하느님 나라를 세워 가시는 공적인 사역을 시작하셨습니다. 예수님께 세례는 하느님의 사명을 살아내는 공생애라는 새로운 인생의 출발이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세례의 의미는 동일합니다. 우리는 세례를 받음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됩니다. 예수님을 왕으로 모신 하느님 나라 백성이 됩니다. 세속의 가치관을 따르는, 욕망을 따르는, 배후에서 조종하는 사탄을 따르는 노예적 삶을 버리고 하느님의 아들딸로 하느님 나라를 살아가는 새로운 인생을 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에게 세례가 공생애를 시작하는 왕위취임식이었다면, 우리에게 세례는 하느님 나라 백성으로 공적인 인생을 시작하는 서품식과 같은 것입니다. 하여 세례 받은 우리는 단순한 신자가 아닙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이요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는 제자입니다. 


바울로는 에페소 교우들에게 묻습니다. “너희가 믿을 때 성령을 받았느냐?” 성령으로 충만하십니까? 세례를 받을 때 제자의 삶을 살도록 성령님이 오시어 함께 하십니다. 예수님에게 비둘기처럼 내리신 성령님이 세례 받은 우리 안에 함께 하십니다. 더 깊은 기도로 성령 충만하여 오직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함으로 예수님을 드러내는 공현의 삶을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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