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말씀/설교

세상의 빛

by 분당교회 2015. 2. 6.

세상의 빛 

2월2일은 성탄 후 40일째가 되는 날로서 ‘주의 봉헌’ 축일입니다. 구약시대의 율법규정에 따라 예수의 부모가 아기 예수를 하느님께 봉헌 한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구약시대에는 아기를 낳으면 남자 아이는 40일, 여자 아이는 80일 만에 성전에 가서 하느님을 경배하면서 감사하는 희생제물을 봉헌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이날 우리가 양초를 축복하는 예식을 거행하는데 이는 시므온이 예수를 세상을 밝히는 구원의 빛이라고 예언한 것에서 유래가 되어 행하는 것입니다. 성찬예배 중에 복음 성경 낭독과 축성기도 때 회중들은 각자 손에 든 양초에 불을 밝힘으로서 빛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찬미합니다. 그래서 이 주의 봉헌 축일을 ‘캔들마스’(Candle-Mas)라고도 합니다.

한 가닥의 양초가 자기의 몸을 태우면서 우주의 어둠을 삼킵니다. 아무리 칠흑 같은 어둠이 세상을 뒤덮는다 해도 한 가닥의 연약한 양초가 빛을 밝히면 사람들은 위로와 희망을 얻습니다. 빛이 있음으로 우리는 눈을 뜨고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절망과 공포와 미혹의 어둠 속에서 우리를 건져내 주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서 촛불은 그리스도를 상징합니다. 어둠과 죽음의 권세를 물리치는 생명과 구원의 빛 되신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촛불을 밝힘으로서 우리 곁에 오신 그리스도를 만나게 됩니다. 죄와 죽음과 어리석음의 어둠을 삼키는 진리의 빛을 바라보며 우리 정신과 마음의 어둠을 몰아냅니다. 자신을 녹이며 빛과 따스함을 주는 양초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게 됩니다. 촛불은 이웃에게 나누어주면 줄수록 세상은 더욱 밝아집니다. 그렇다고 자기의 빛이 줄어들거나 쪼개지지 않습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의 사랑의 원리입니다. 아무리 나누어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기쁨은 더 커집니다.

이 세상에 인간만이 생일날 케이크에 촛불을 밝힐 줄 알고, 모든 의례 속에서 촛불을 켬으로서 의식의 경건함과 소중함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아무리 화려한 레이저 쇼나 네온사인이나 빛의 축제를 한다하더라도 촛불이 주는 은은하면서도 영성적인 빛을 만들어내기가 어렵습니다.

양초가 자신을 스스로 태우지 않는다면 빛은 밝혀질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자신을 십자가에 희생함으로서 인류에 구원의 희망을 주셨음을 기억하며 우리는 각자의 촛불을 밝힙니다. 이는 그리스도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기도 하며 우리 자신이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의 길을 가고자 하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아기 예수가 하느님 앞에 봉헌되어졌듯이 우리도 하느님 앞에 산 제물이 되어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고 섬김의 삶을 통해 한 가닥의 빛이 됩니다. 

아기 예수가 성전에 봉헌될 때 시므온은 그 아기를 두 팔에 받아 안고 하느님을 찬양하였습니다. ‘주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이 종은 평안히 눈감게 되었습니다!’ 아기 예수를 본 것만으로 그는 인생에 더 이상 여한도, 아쉬움도 없는 충만함을 얻었다고 고백합니다. 우리 일생에 이런 고백을 할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는지요. 이렇듯 우리의 삶의 최고의 행복과 보람은 예수님과의 만남인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영접함으로서 우리 마음속에 있는 죄의 찌꺼기와 낡은 사고방식을 불태워야 합니다. 굳어져 있고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서 더운 가슴으로 새로운 감동과 사랑의 신앙생활을 해야 할 것입니다. 갈등과 대립으로 얼룩지고 미움과 증오와 냉대로 얼어붙은 이 사회에 우리는 어둠과 죄를 사르는 그리스도의 불꽃이 되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아름다운 우리의 불꽃을 보면서 희망과 용기를 얻을 것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낌없이 이 초를 태울 줄 알아야 합니다. 배를 만드는 것은 항구에 정박시키기 위한 것이 아닌 것처럼 한 가닥의 초가 우리한테 주어지는 것은 불태우기 위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의 선물을 활용하여 그의 나라를 위해 쓸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공동체와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섬기는 가운데 그의 나라를 앞당겨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 너희의 빛을 사람들 앞에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6)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2월 1일 주의 봉헌 축일 장기용 요한 신부 설교 말씀)


'말씀/설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병환자의 애원  (0) 2015.02.17
사람을 찾는 예수님  (0) 2015.02.13
항복에서 승리로  (0) 2015.01.30
와서 보라!  (0) 2015.01.26
세례와 창조  (0) 2015.01.1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