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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설교

우리가 찾던 메시아를 만났소!

by 분당교회 2014. 1. 25.

‘우리가 찾던 메시아를 만났소!’

(대한성공회 분당교회 1월 19일 연중 2주일 설교말씀)


한때 굉장한 세력을 자랑하던 한 수도회 교단이 근대사회의 반종교적이고 세속적인 분위기에 휘말려 다섯 명의 수사만 남아 명맥만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수도원장과 다른 네 수사들은 모두 일흔이 넘은 고령이어서 누가 보더라도 몰락해 가는 교단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침울한 상태에 있는데 마침 근처에 유대교 랍비가 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도원장은 랍비가 은거하는 오두막으로 찾아가 교단을 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랍비는 수도원장을 반갑게 맞이하였으나 수도원장의 고민을 풀어줄 방법이 없었습니다. 수도원장과 늙은 랍비는 마주 앉아 눈물을 흘리면서 사람들에게서 영혼이 떠나간 현실을 슬퍼했습니다. 헤어질 때 쯤, 한 마디의 조언을 구하는 수도원장에게 랍비는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유일한 답변은 당신들 중 한 사람이 구세주라는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실망한 수도원장이 수도원으로 돌아갔을 때 다른 수사들은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랍비가 뭐라고 하던가요?’ ‘우리는 그냥 함께 눈물을 흘리고 경전을 읽었지. 그런데 마지막으로 한 마디 했는데 우리 중에 구세주가 있다는 거야.’


그 일이 있은 후 몇 달이 지나는 동안 나이 든 수사들은 랍비가 남긴 그 말을 계속 생각했습니다. ‘우리들 중에 구세주가 있다고? 그게 누구지?’ ‘수도원장일까? 30년 이상 이 수도원을 이끌어 왔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 ‘토마스 수사일까? 그는 경건하고 덕망이 높은 사람이니까...’ ‘엘레드 수사일까? 성격이 좀 변덕스러워서 그렇지 항상 그의 말은 옳았어...’ ‘필립일까? 소극적이긴 하지만 그는 항상 필요할 때 언제든 나타났어...’ 이런 식으로 서로가 서로를 구세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서로 각별히 공경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대했습니다. 도시 사람들이 인근 울창한 숲으로 소풍을 와서 한 번 씩 수도원을 방문하고서는 수도원에 특별한 존경의 기운이 충만한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는 이 특별한 장소를 보여주기 위해서 친구들을 데려오고, 또 그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을 데려왔습니다. 


그러자 수도원을 방문한 젊은이들 중 몇몇은 수사들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입회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 사이에 그 수도원은 과거처럼 매우 활기를 띠었고 랍비의 선물 덕분에 그 지역에서 빛과 영성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스캇 펙, ‘평화 만들기’에서)



하느님 나라의 확장은 작은 불씨로부터 시작하여 이웃으로 번져가는 것입니다. 스러져가는 수도원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작은 무리이지만 이들에게는 갈망하는 것이 있었고, 서로에게서 메시아를 찾고 영접하는 가운데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어부 베드로와 안드레는 메시아를 갈망하며 기다리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증언, 즉 예수를 지목하여 ‘하느님의 어린 양’이라고 했던 그 말을 믿었고 받아들였습니다. 사실 당시 상황에서 목수의 아들이자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던 예수를 보고 메시아라고 확신하고 증언하기란 쉽지가 않았을 것입니다. 이들에게는 메시아를 찾는 마음이 있었고 세례자 요한의 증언을 믿었기에 예수를 만나는 순간 메시아임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세상의 욕망과 성취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메시아를 찾는 진지한 구원에 대한 갈망이 예수를 만나게 했던 내적인 요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에 비하면 예수의 고향 사람들은 예수를 일찌감치 알고 지냈지만 메시아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마음속으로 무엇을 추구하느냐에 따라서 메시아를 만날 수도 있고 목수의 아들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두 명의 제자가 나중에는 12명의 제자로, 다시 72 제자로.... 마침내 온 세계에... 이렇게 교회는 발전해 갔습니다. 그 발전의 불씨는 역시 제자들이 메시아를 영접하는 마음과 ‘내가 메시아를 보았소!’라고 하는 증언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그 증언을 할 사람들을 지금도 찾고 계십니다.


장기용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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