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묵상

2020년 12월 25일 성탄절 설교 말씀

김장환 엘리야 신부

요한 1:1- 14

 

 

1.

며칠 전, 목성과 토성이 397년 만에 만나는 우주쇼가 있었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광활한 우주를 생각하면, 한없는 경이로움을 느끼면서 이 우주와 우리 인간을 창조하신 하느님에 대한 깊은 경외감을 갖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한은 그 창조에 참여 하셨던 성자 예수님이 인간의 몸으로 오신 분 예수님이라고 증언합니다.

 

창조주가 우주의 한 점 먼지 같은 연약한 인간으로 오셨다는 증언이 얼마나 놀라운지요?

 

하느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오셨다는 성육신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입니다. 어제 성탄밤 묵상 나눔에서 말씀드렸듯이, 성육신은 이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강한 긍정이고 인간의 역사에 대한 하느님의 강력한 참여입니다.

 

성육신을 강조하는 우리 성공회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창조 세계를 기뻐하는 향유의 영성과 하느님이 창조하신 창조 세계를 원형으로 보존하려는 생태 영성을 신앙의 특징으로 합니다.

 

그래서 향유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과 연대하는 참여의 영성으로 살아갑니다.

 

성육신의 본질은 감히 인간의 이성으로 깨달아 알기 힘든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사랑이란 본질적으로 자기 축소와 자기 제한, 자기 비하의 사건입니다. 광대하신 창조주 하느님이 인간의 몸으로 오신 성육신은 스스로 자기 자신을 축소하고 제한하신 사건이었습니다.

 

 

기쁨 가득한 예수님의 성탄에 하느님의 사랑을 묵상하면 하느님 사랑의 종착점인 십자가가 보입니다. 광대하신 하느님이 나로 그 사랑을 알게 하시고자 십자가까지 오르셨다는 사실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 사랑의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으로 다스리는 창조주이니 나에게 돌아오라! 나와 함께 살아가자! 그러면 너희가 하느님 나라의 참된 생명을 누리게 되리라!” 이것을 영원한 생명이라고 합니다.

 

이 사랑의 메시지는 하느님께서 예언자들을 통해서 끊임없이 하셨던 말씀입니다. 히브 1:1, 하느님께서 예전에는 예언자들을 시켜 여러 번 여러 가지 모양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2독서 히브리서 기자는 하느님께서 이 사실을 전하시고자 성탄하셨다고 합니다. 히브 1:2, 그러나 이 마지막 시대에 와서는 당신의 아들을 시켜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아들을 통해서 온 세상을 창조하셨으며 그 아들에게 만물을 물려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이것이 예수님을 믿음으로 영접할 때 누리게 되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입니다. 요한 1:12, 그러나 그분을 맞아들이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다.

 

예수님을 맞아들이고 믿는 것을 요즘 우리교회가 자주 사용하는 말로 환대라고 합니다. 예수님을 환대할 때 하느님이 주시는 놀라운 선물인 영원한 생명을 소유하게 됩니다.

 

그래서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성탄하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여러분에게 이 선물을 전달합니다. 하느님은 이 선물을 주시고자 스스로 자기 공간을 축소하시고 자기를 비하하는 환대의 사랑을 몸소 행하셨습니다. 여러분도 삶의 중심의 자리를 예수님께 내어드리며 환대하십시오.

 

2.

그런데 세상은 예수님을 환대하지 않았습니다. 요한 1:11, 그분이 자기 나라에 오셨지만 백성들은 그분을 맞아주지 않았다.

 

그분을 알아보지도 못했습니다. 요한 1:10, 말씀이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이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는데도 세상은 그 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예수님을 환대받지 못하고 계십니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교회들조차도 실상은 예수님을 환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을 환대하는 방법이 무엇이라고 했나요?

 

대림 3주일 특강 환대의 영성에서, 그리고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의 복음에서 예수님을 환대하는 삶을 이렇게 말합니다. 마태 25:40,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여기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우리 교회가 지난주일 노숙인 무료급식을 다녀온 이유입니다. 분기별로 한 번은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크지 않은 액수이지만, 매번 절기헌금으로 플로윙하는 이유입니다. 코로나로 어려운 올 해 상반기 하반기 두 번에 걸쳐 코로나 긴급지원금하여 500여만 원을 플로윙 한 이유입니다.

 

우리 살림살이가 좋아서 이렇게 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교회 살림살이는 진짜 만만치 않습니다. 월세와 관리비, 대출이자, 교구와 교무구에 대한 선교 분담금, 성직자 반주자 봉사 사례비, 6곳 입양한 곳으로 플로윙하는 선교구제헌금, 기타 경비 등으로 매달 고정비용이 950만원이 들고, 매달 100만원은 대출원금을 상환하는 게 목표여서 이것까지 합치면 매달 고정 지출이 1050만원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어려운 이웃들을 환대하는 일에 작은 힘이라고 보챌 수 있음이 감사합니다. 성공회 분당교회 교우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오늘 성탄절기 헌금도 힘껏 봉헌 해 주기 바랍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환대하지 못하는 사회여서 마음이 아픕니다. 지난 주중 제 마음을 너무 슬프게 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고향을 돌아갈 날이 3일 밖에 안 남은 캄보디아 여성이 평소 거처하던 비닐하우스에서 숨진 일입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외국인 노동자들을 비롯해 노동하는 사람들의 안전과 생명을 가볍게 여기고 있는지요.

 

최춘희 시인의 “걸인 예수”라는 시 한 편을 읽어 드립니다.

 

몸 전체가 발이고 바닥이다

잘려나간 무릎 아래 고무튜브 끼고

기어간 자리마다 육즙 흥건하다

전철역 사거리 찬송가 앞세워

구걸하는 바구니에

쨍그랑, 동전 몇 닢 떨어지고

행인의 눈길 잠시 머문다

 

버러지만도 못한 목숨이라도

생은 축복이라고

온 몸으로 가르치는 걸인예수

밀고 가는 손수레 위에

퇴적층처럼 쌓인

생활의 잡동사니 펼쳐들고

성聖과 속俗의 경계 너머

난장의 세상 보여 준다

 

사람들 발길에 밟히고 밟혀

발바닥이 되어버린

느릿느릿 불구의 세월 끌고 가는

길의 지문으로 남은 한 사내

 

걸인으로 세상에 오신 예수는 온 몸으로 하느님을 드러냅니다. 길의 지문이 된 불구의 사내는 그렇게 생이 신비임을 가르칩니다.

 

지극히 작은이들, 그들 속에서 하느님을 보았다며, 가난한 자들이 복되다고, 그들이 하느님 나라의 주인이라며, 그들을 하느님처럼 섬기는 게 예수님을 따르는 기독교 신앙입니다

 

성공회 선교정신 4번째, “불의한 사회를 변혁하고 모든 폭력에 반대한다.”는 선교정신에 따라, 차별하고 배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만드는 일이 필요합니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 중인 포괄적 차별금지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이 통과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오늘 오후 2시 나눔의집과 정의평화사제단에서 이 의향으로 성탄절연합성찬예배를 드립니다. 유튜브로 방송되니 한 번 더 예배드리시기 바랍니다.

 

성육신하신 예수님은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분이십니다. 요한 1:14,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셨는데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그것은 외아들이 아버지에게서 받은 영광이었다. 그분에게는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였다.

 

예수님을 환대할 때 내가 하느님의 자녀로 환대받는 은총을 누리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보잘 것 없는 이들을 환대하는 예수님의 삶, 진리를 살아 갈 수 있습니다.

 

성탄하신 예수님 안에 충만한 은총과 진리가 여러분 모두의 것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그 은총과 진리가 여러분 안에 충만하여, 이 사회로 넘쳐흘러 들어감으로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가 임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성탄절입니다.

 

우리 모두 환대의 기쁨을 맛보는 성탄이 되기를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