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서울교구 어린이 연합 캠프 후기

성공회 서울교구 어린이 연합 캠프 후기

(강사은 사무엘 교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캠프’라면,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역자로서 용기를 북돋아 주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가득 채워 주는 것이 어떤 단체에서 준비하든 중요한 행사 목표가 되리라 생각한다. 헌신된 선생님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이전 교회에서 보는 것과 진배없기는 마찬가지이다. 40년 이상 (과거) 장로교인, 1.6년 성공회 교인으로서 (얕게) 경험한 것을 이제 쓰려고 한다. 강조하건대 미천한 나의 경험에 따른 것이고 좋은 곳은 분명 많이 있을 것이다.

 

1. (복음의 능력을 신뢰하기에) 죄의식을 강조(강요)하지 않는다.

2박 3일 내내 아이들에게 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메시지나 기도회 같은 것은 없었다.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캠프 시간을 보내게 해줄까를 고민하고 고민한 것 같았다. 

 

2. 통성기도. 없다.

기본적으로 성공회는 통성기도를 모른다. 성공회 내에도 일명 ‘성공회 성령파’가 있다.  그러니 전혀 모른다 할 수는 없지만 성공회에서 기도의 기본은 ‘침묵 기도’이다. 아이들도 ‘침묵 기도’에 익숙하고 ‘공동 기도’에 익숙하다. 초만 켜면 기도 자세를 잡는다는...

사진 중에서 벽 앞에 마련된 기도처를 보며 기도하는 반은 우리 둘째 아이 반이라는 감동이었다. 딸 아이 얘기로는 새벽에 일어나 기도한 아이도 있었다고 한다.

 

3. (나는) 무지개 ‘기도’보를 사용했다.

장신대 학생 몇이 6가지 색 무지개 깃발을 들고 채플 시간 후에 사진을 찍었다고 해서 정학을 당하고 소송까지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기도 시간을 준비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내가 가진 것 중에 가장 의미있는 ‘무지개 깃발’로 준비했다. 누구에게 허락을 받지도, 사진을 올렸을 때 누구도 내게 왜 이런 물건을 사용하느냐고 따지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굳이 이 깃발의 의미를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살다보면 자연스레 그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성공회니까.

 

(사진 : 강사은 사무엘 교우)

4. 백팔 염주도 사용했다.

아이들과 함께 잡고 한 알 한 알 굴리며 묵주기도를 할까를 생각하면서 준비했다. 정교회의 백알짜리 묵주가 있었어도 좋았겠지만 아이들에게 얘기했다. “성공회는 불교와도 친하잖아? ^^”

 

5. 질문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내가 질문하려고 했었는데, 했었는데...... 첫 시간에 한 아이가 먼저 질문하고 말았다. “라합은 배신자 아닌가요?” 즉시 한 아이가 “라합은 하느님의 백성을 도운 것”이라고 말을 하기도 했다.  정확히 내가 원했던 시나리오의 대화였다.

 

마인드맵으로 그 질문들을 정리하며 이 질문은 마치 전쟁이나 축구에서 어느 편을 들 것인가, 엄마-아빠가 부부싸움을 할 때 어느 편을 들 것인가와 비슷하다는 말을 해주었다. 사실 복잡한 이야기이다. 이 정도만 얘기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 되기를 바라면서 이런 질문은 무척 훌륭한 것이라고 몇 번이고 칭찬해 주었다.

 

(사진 : 강사은 사무엘 교우)

6. 담임선생님을 적극 지원하는 운영진의 기획

담임 선생님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둘째 오전의 물놀이 시간, 오후의 체육 활동 시간은 전담 스텝에게 맡기게 하고 여러 신부님들이 6가지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채플 시간을 마련했다는 점. 특히 감기를 달고 전날 빈소에 다녀오느라 지친 내게는 휴식시간이었고 긴장이 풀리고 여유로 와진 만큼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도 여유로왔다는..... 사전 교육된 중고등, 대학부 도우미들의 역할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것이었다.  핑크엔젤 짱!

 

이 모든 것의 차이는 ‘현장 신학의 방향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성을 충분히 녹여내고 아이들이 오롯이 하느님과 만날 수 있도록 조력하고 함께 해주는 공동체로서의 성공회.  그런 공동체에 소속하게 되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런 배경의 아이들에게 여름 한때 교사로서 활동한 나 자신을 돌아볼 때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았다.  ㅠㅠ

 

(사진 : 강사은 사무엘 교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