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내밀어
<오늘의 말씀>
마르 6:53-56
53 그들은 바다를 건너 겐네사렛 땅에 배를 대었다.
54 그들이 배에서 내리자 사람들은 곧 예수를 알아보고
55 그 근처 온 지방을 뛰어다니면서 병자들을 요에 눕혀가지고 예수가 계시다는 곳을 찾아 그리로 데려왔다.
56 마을이나 도시나 농촌이나 어디든지 예수께서 가시기만 하면 사람들은 병자들을 장터에 데려다 놓고 그 옷자락만이라도 만지게 해달라고 간청하였다. 그리고 손을 댄 사람은 모두 나았다.
<묵상말씀>
'누워만 있던 환자가 일어나 걷게 되었습니다. 화만 내던 환자가 웃게 되었습니다.'
요양병원에서 치매환자 돌봄 자원봉사를 할 때 경험한 일입니다. 늘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던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늘 화를 내고 간호사를 물고 때려 병원 직원들에겐 가장 두려운 환자입니다. 저도 할아버지 목욕시키려 하면 욕설을 듣고, 뺨을 맞거나 물리기도 했습니다.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아는 사람이 소개한 자원봉사여서 그분께 누가 될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했습니다. 굳세게 마음을 먹고 정신을 무장해도 막상 할아버지를 대면하면 현기증이 나고 다리에 힘이 빠졌습니다. 위안을 찾으려고 기도했습니다. "주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모든 게 두려울 뿐입니다." '친구가 되어 주어라. 할아버지는 오히려 네가 무서워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공격하는 것이다. 외로운 사림이다. 친구가 되어라.' 주님은 이렇게 응답하셨습니다.
다음 날부터 할아버지의 친구가 되기 위해 제가 한 일은 우선 눈을 마주치는 것이었습니다. 부드러운 눈빛과 다정한 저음의 목소리로 할아버지를 불렀습니다. 병실 문이 열려 있어도 꼭 노크하고 들어갔습니다. 제 손을 할아버지 손을 잡거나 등을 쓰다듬어 드렸습니다. 여전히 욕설을 들었지만, 얼굴을 맞지는 않았습니다. 바라보고 만져주는 것만으로 할아버지가 부드러워졌습니다. 자원봉사를 약속한 두 달이 끝나갈 때쯤 할아버지는 달라져 있었습니다. 천천히 걸어서 화장실을 가셨습니다. 할아버지의 공격적인 행동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신경안정제 주사 처방이 사라졌습니다. 잠잘 때 낙상 방지를 위한 안전띠도 맬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다들 기적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치매환자지만 할아버지도 생의 한창일 때는 성실한 시민이고, 자식을 위해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던 부모였습니다. 할아버지는 관리의 대상이 아니고 존중의 대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