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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나눔

그들에게 묻고 싶다

by 분당교회 2018. 10. 14.

그들에게 묻고 싶다 - 풍수원 성당에서 든 생각 
김평호 버나드 신자회장 


지난 9일, 한글날. 

강원도 횡성에 있는 가톨릭 풍수원 성당에 마가렛과 함께 가보았습니다. 얼마 전 친구가 추천한 여행지입니다. 200여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등받이 없는 낮은 의자를 놓은 예배당. 야트막한 언덕 위 성당, 그 아래 진입로 쪽에는 도서관과 쉼터, 카페도 있는 교회였습니다. 참으로 고즈넉한 풍경이었습니다. 

설명에 따르면, 대략 200여 년 전 용인의 기독교인들 40여 명이 박해를 피해 이곳에 숨어들어 터를 잡은 것이 시작이라 합니다. 그들은 토기를 굽고 화전을 일구며 살았답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그 오랜 200여년 전인 1800년대 초, 카톨릭이 조선에 전파된지 불과 20여 년 밖에 안되었던 그 즈음, 한양도 아니고 용인에 살던 그들을 이 곳 깊은 산골로 인도하고 목회자도 없는 예배를 시작하게 한 그 힘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숨어든지 100여년이 지난 1900년대 초, 기어이 정갈한 성당을 짓게 한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출처 : 문화재청)

새로 난 광주-원주 고속도로를 이용해도 용인에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풍수원. 제대로된 길도 없었을 당시, 실히 300여리는 훨씬 넘었을 그 먼 길을, 어린 것들까지 남부여대, 산과 들과 강을 건넜을 그들을 이끈 것은 정녕 무엇이었을까? 박해에 대한 공포? 천국 또는 부활에 대한 열망? 예수님 말씀을 지키고 전파하려는 굳센 의지? 그런 것이었을까요? 1800년대, 정조에 이어 순조가 등극했던 그 시절 조선에서 그 짧은 시간에 그런 신앙을 키웠다는 것. 믿기 어렵고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해서 이리 짐작해보았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해 절망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현세의 삶을 포기하고 모두 자진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고통스런 부대낌 속에서 그들은 새로운 구원의 길로 받아들인 기독교에 대한 믿음으로 하나의 밀알이 되고자 했을 것이다. 그것이 조선이라는 땅 위에 살면서, 동시에 조선이라는 어두운 땅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라고 말입니다. 성당의 신부님을 찾아뵙지 못해 답은 얻지 못했습니다만 지금도 그것이 정말 궁금합니다.

또 이런 물음도 품게 됩니다. 

오늘 기독교는 우리에게 그러한 힘으로 다가오고 있을까? 또 어른이 돼서야 비로소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나는 그런 강건한 신앙의 힘을 키우고 있을까? 

신자회장이라는 직의 무게가 크게 느껴지는 시월입니다.

김평호 버나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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