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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나눔

조프란시스의 편지

by 분당교회 2018. 10. 7.

분당교회 신자 그리고 각 회장님들께 


엊그제 10월 4일은 프란시스 성인의 축일이였습니다. 전혀 기억도 못하다 성명축일이라고 축하인사를 전해준 분이 계셔서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교회에서 개인적으로 생일축하보다는 성명축일을 기념하는 것이 어떨까도 생각해봅니다.) 어쨌든 이 성인의 신앙적 무게만큼 주님께 완전히 다가가지 못하는 저로서는 굉장히 따르기 어려운 분임에 틀림없어 항상 세례명을 조금 덜 센 분을 따라 가질 걸 그랬다고 후회하기도 합니다. 신자회장 혹은 교회위원이라는 호명도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매번 울렁증으로 교우 분들 앞에 섰던 것도 아마 교우 분들의 좋은 모본의 역할이 되었어야 한다고, 선교일선에서 신부님을 신실하게 도와야 하는데 항상 부족함이 더 컸던 탓일 겁니다. 성공회에서의 신앙생활은 이렇게 제게 큰 삶의 숙제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한편으로 교회위원이라는 직분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교회를 보다 자세히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성찬과 교제와 별도로 교회의 예산집행과정을 살펴보며 우리의 현재 모습과 선교적 관심사가 어떤 것이고, 출석을 못하시는 교우 분들의 근황들과 그 속 얘기를 통해 공동체의 부족한 부분들을 솔직하게 꺼내 보게도 되었습니다. 또한 이를 논의하면서 교회다움을 잃지 않는 옳은 방안을 찾고 같이 기도하면서 교회공동체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얻을 수 있었고 교구와 지역의 관점에서 선교적 고민들을 확장하는 공회의 모습도 확인하였습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 과정에서 교회공동체로서 기도하는 교우 분들의 가득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그것을 통해 제 자신이 분당교회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교회를 통해 이런 기회를 허락해주시고 지난 2년간 직분으로 세워주신 교우분들의 배려에 다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교회위원으로 쓰임받아 교회의 사랑을 더 크게 확인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더불어 아래의 프란시스 성인의 일화처럼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언제나 그렇듯 교우 분들과의 도움과 기도로서 신앙 공동체를 이루는 기쁨을 오랫동안 키워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러면 참된 기쁨은 무엇일까요?”

“나는 페루지아에서 돌아오는 동안 한 밤 중 흙투성이에 얼음덩이가 되다시피 한 내가 어느 문에 다가가서 한동안 문을 두드리고 사람을 부르자, 한 형제가 나와서 묻습니다. ‘당신, 누구요?’ 나는 ‘프란시스 형제입니다’ 하고 대답합니다.


그는 ‘꺼져 버려! 지금은 어슬렁 거릴 시간이 아니야, 넌 못들어 와!’ 하고 말합니다. 내가 계속 애걸하자, 그는 다시 ‘꺼져 버려! 무식하고 멍청한 놈아! 다시는 오지 말거라!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너 같은 녀석은 필요 없어!’ 하고 말합니다. 나는 문에 서서 다시 애걸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오늘 밤만 쉬게 해 주세요.’ 그러자 그는 대답합니다. ‘그럴 수 없으니, 십자가 수도원에 가서나 알아 봐.’


“나는 형제에게 말합니다. 만일 이러한 처지에도 내가 인내를 갖고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는다면, 바로 여기에 참된 기쁨이 있습니다. 더불어 참된 덕과 내 영혼의 구원이 있습니다.” (‘아씨씨의 프란시스의 초기 기록들‘ 중에서, 주낙현 신부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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